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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와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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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전시
행사일시 2025-10-19일 15:00부터 ~ 2025-10-30일 19:00까지
주관단체 및 개인 최라윤
문의처 01032585901
행사장소 예술공간 아름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침입자와 끌어안기

_ 해체와 이어짐





 

제주 숲에 사는 개서어나무는 큰 태풍이 와서 허리가 반으로 꺾이기 전에는 그저 숲에 있는 수많은 나무들중 하나의 나무일 뿐이었습니다. 운명의 밤 이후, 나무는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변신된 얼굴과 몸을 갖게 되었고, 교래 자연휴양림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유일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보는 위치에 따라, 공룡처럼 위협적으로 보였다가 귀여운 사슴 같기도 하고 용이 사뿐히 내려앉은 강렬한 기운을 뿜기도 하고, 저 바다 밑 범고래의 평화로운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6년여를 지나며 개서어나무는 그 몸 안에서 수많은 곤충의 길과 미생물이 자라나며 개서어나무 가지가 새로이 돋아나고, 나무는 희고 검은 버섯이 자라는 대지가 되어갔습니다. 미세한 거미가 날마다 새로이 집을 짓고, 보슬비와 바람으로 물이 축축한 스폰지 같은 몸이 되기도 하고, 바짝 말라서 실바람이 지나는 소리도 잘 들리는 악기의 몸통이 되기도 합니다. 나무는 시간이 가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변신하고 있습니다.

 

숲에 앉아 개서어나무를 그리면서 개서어나무가 숲의 대기에 순응하며 해체되고 흡수되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개서어나무가 해체된다는 것은 주변 숲의 리듬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것과 결을 같이 합니다. 나무는 자신 안의 단단하고 순환하는 리듬의 사이클에서 벗어나, 자기 밖의 외적인 세상의 리듬에 반응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무에게 있어 또 다른 시공간에 들어서는 하나의 변곡점이자 새로운 존재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는 말은 자신의 죽음과 존재의 흩어짐을 감각하게 될 정도로 고통스러운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시공간으로 흩어져버린 몸._ 흐름속에 부유하는 것들_ 소리없는 _가느다란 떨림 _어느새 차오른 공기_변주_변신

흩어짐으로서세상 밖의 리듬에 몸을 맡김으로서 우리는 바깥 세상의 영역으로 옮겨갑니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부유하다가 유영하고 때론 튀어 오르며 흩어지는 것처럼, 삶의 시간이 가볍고 유쾌했으면 좋겠습니다. 삶에 끼여든 갑작스러운 사건과 침입에 대응하는 방법을 숲 에서 거닐며 사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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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은 개서 나무를 여러 방향에서 들여다 본 과슈드로잉 몇점과 해체되어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영감을 그린 오일페인팅.

나무의 몸이 해체와 생성을 반복하며 새롭게 탄생되는 존재들, 그 존재들과 이어져서 생성된 공간. 생명체의 신호 등을 감지하는 영상작업숲에서 들었던 낮게 흐르는 생명의 소리를 표현하는 악기개서나무가 살아가는 숲을 큰 품으로 안아주는 상산나무의 향기로 5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