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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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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분야 전시
행사일시 2025-10-13일 00:00부터 ~ 2025-10-31일 24:00까지
주관단체 및 개인 최소현
문의처 010-6810-1972
행사장소 경기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511-21
김수민, 김만순, 현세진 3인전 기획  최소현
《Blank》



전시장소 :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511-21 (511프로젝트) 
전시기간 : 2025.10.13.mon -  10.30.fri  



전시
Blank는 빈 공백, 부재의 자리를 비춥니다. 괄호( )를 연상하게 하는 이번 전시는 언어, 이미지, 사물을 통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상들을 이야기합니다. 어떤 문장 속에서 ( )가 있다면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요? 그것은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며, 또 우리의 경험을 반추하게 할 것입니다. 이 안에서는 그 어떤 틀로도 포획되지 않는 상상과 사유를 무한히 할 수 있습니다. 규정되거나 형상화된 것은 다시 또 부정되기를 반복할 것입니다. 결국 없음의 모양이 되는 것이지요. 전시는 의미와 형상을 지워내는 자유로운 놀이를 제시합니다. 쓰여진 언어 사이를 빠져나가고, 이미지는 움직이며, 사물의 역할은 빗나갑니다. 이로써 세 영역은 포함되기를, 그리고 포획되기를 거부합니다.
 
현세진의 ( )
현세진 작가는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언어 사이를 횡단하며 빠져나갑니다. 언어는 세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대상을 설명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언어들 중 어떤 것도 존재 고유로부터 나온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의식 이전에, 존재 이전에 언어는 주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핑거 스캔>은 개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시스템의 모순을 실재하는 것실재를 지시하는 것사이의 끊임없는 전환으로 다룹니다. <나의 이름 모음>은 분절되는 픽셀처럼 실체가 없는 언어(이름)들 사이를 유영하는 존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10개의 별이 빛나는 밤>, <12개의 모나리자>에서는 명화에서 추출한 하나의 색을 같은 값으로 입력하지만 미세하게 다르게 출력된 이미지들을 마주합니다. 보편적인 언어 사이에서 개인의 자리는 ( )의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 의미를 알 수 없지만, 그 영역만큼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김만순의 ( )
김만순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가 조금씩 변주되며 흘러가는 과정을 통해 고정되지 않고 미끄러지는 이미지들을 보여줍니다. <어떤 식물> 시리즈는 총 아홉 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작품들은 모두 하나의 이미지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출발점이 된 이미지는 흥미롭게도 식물이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그 작품을 확대하고 변형한 뒤, 그리고 지우는 반복을 통해 마치 식물처럼 보이는 형태가 된 것입니다. 작가의 작품은 대상과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들 사이의 간극이 전면에 나오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이미지에서 나오는 우연적인 형상의 발견이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인지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번역되지 못하고 탈락된 것들과 남겨진 잔여의 감각들, 바로 거기서부터 새로운 작업이 파생됩니다. 이것이 이미지 사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자 운동과정인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이 흔들림은 전시장 안에 흩어진 작품들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합니다.
 
김수민의 ( )
김수민 작가는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사물들을 연결하여 다양한 층위의 감각이 생성되는 작품을 제작합니다. 부드러움과 단단함, 유기적인 것과 규격화된 것들과 같이 대비되는 감각을 모으고 조립하여 생경한 작품이 탄생합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단순히 낯선 것이 아니라, 사용가치에서 벗어난 사물들이 자신의 감각의 자리를 회복하고 서로의 연합을 통해 사물을 경험하는 새로운 경로를 열어내는 현장입니다. 우리는 작가의 작품들에서 사물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단순히 도구로써 취급되어 온 사물과 산업적 재료들이 자신만의 감각을 지닌 생명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사물의 감각을 만지고 드러낸다는 것은 그 존재성을 밝히는 일과 같을 것입니다. 또한, 그저 도구로만 대상을 보지 않고 그것을 인간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사물들 간의 배치를 통해서 감각과 힘을 창발하게 할 때 우리는 사물이 지시하는 분할의 현장으로 포획되지 않고, 평평한 지대 위에서 작동하는 더 넓은 우연과 확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