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 트렌드 키워드 익숙함 속에서 찾은 신선함 힙트레디션(Hip Tradition)




익숙함 속에서 찾은 신선함 힙트레디션(Hip Tradition)



3일 만에 완판돼 6개월 후에나 구매할 수 있는 굿즈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는 유명 아이돌이나 명품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제작한 덕수궁 시리즈의 ‘오얏꽃’ 문양이 그려진 위스키잔 이야기다. 명품도, 최애 아이돌의 것도 아닌 ‌굿즈가 이토록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Writing 편집실 Reference 소비자평가, 영대신문, 국방일보



 



전통, 신선한 경험이 되다



위스키 잔뿐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요소를 담아낸 상품이나 콘텐츠가 중장년층도 아닌 청년층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옛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시선이 새롭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전통(Tradition)’ 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가 ‘오래되고 낡고 고리타분한’ 것이 아닌 ‘힙(Hip)’함으로 변화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새롭고 젊게 소비되는 전통이라는 의미에서 ‘힙트레디션(Hip Tradition)’이라 칭하고 있다.

최신 유행에 따라붙던 ‘힙하다’라는 말이 ‘레트로(Retro)’에 적용된 지는 꽤 됐다. 7080 세대에 유행했던 오래된 클래식 디자인이 최신 유행으로 떠오르면서 ‘뉴트로(Newtro, 복고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세대에 새롭게 복고가 유행하는 트렌드)’가 ‘힙’의 대명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제 이들에겐 20~30년 전 복고만 ‘힙’한 것이 아니다. 우리 고유의 미감이 담긴 전통문화재 혹은 이러한 모티프를 적용한 문화 상품이나 콘텐츠 역시 젊은 세대의 잇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힙트레디션, 어디까지 경험해 봤니?



‘열일’하는 중앙박물관의 다양한 굿즈



힙트레디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의 인기라 할 수 있다. 수년 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가 감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덕에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지고 있었는데, BTS 멤버인 RM의 작업공간에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포착되면서 해당 제품이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것. 현재까지 3만여개 이상 판매돼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상품이 됐다. 반가사유상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금동대향로의 발굴 30주년을 기념한 ‘금동대향로 미니어처’가 1주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고, 올해에는 ‘취객선비 잔세트’가 3차 판매까지 순식간에 예약 판매가 마감되기도 했다.



 



나쁜 기운 막는 ‘명태 인형’



최근 힙트레디션의 대표적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은 물고기에 실타래를 감아 놓은 ‘명태 인형’이다. 이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액막이 명태’에서 모티프를 얻은 오브제다. 우리 조상들은 과거 명태를 명주실로 감거나 꿰어 집안에 두면 나쁜 기운을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과거와 같은 의미로 개인·가정의 평화를 위해 혹은 선물 받는 이의 행복을 위해 나쁜 기운을 멀리하라는 뜻을 가진다. 전통 모티프의 오브제를 판매하는 곳은 물론, 최근에는 인테리어 소품숍에서도 이 명태 인형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할매입맛’이라고? 전통 먹거리의 부활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 히트하며 실제 ‘양갱’의 판매율도 늘었다. 비단 양갱뿐 아니라, 이른바 ‘K-디저트’로 불리는 약과, 떡 등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디저트를 제공하는 디테일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경복궁 앞에 있는 카페에서는 과일이 들어간 떡을 명주실로 묶어 잘라 먹도록 한 것이 작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포장할 때 한지나 보자기를 활용하는 곳도 많아지고 있다. 전통 이미지를 고급스러움으로 소화한 것이다.





 



‘경험’이 된 우리 문화 콘텐츠



전통문화는 체험 요소로도 활용된다. 일명 ‘궁캉스(궁궐+바캉스)’라고도 불리는 궁중체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국악 공연을 즐기며 수라상을 맛보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궁궐마다 열리는데 항상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로 예약이 시작돼 순식간에 마감된다. 비슷한 이유로 전통 굿즈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하루 강좌(원데이클래스)’도 인기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남산골 한옥마을 등에는 젊은 세대들이 한복을 곱게 입은 채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체험 키트를 이용해 전통공예 체험을 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힙트레디션 관련 굿즈는 반려동물 간식이나 놀잇감, 핸드폰 커버나 무선이어폰 케이스, 가방 장식, 커피 드립팩, USB 등으로 품목이 다채롭다. 정부 관련 기관, 지자체, 업계가 손을 잡고 젊은 디자이너, 공예가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전통 굿즈 개발을 장려하면서 현시대의 감각에 맞고 재미있는 디자인이 많이 창출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힙트레디션이 특정 시기나 세대만의 유행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문화로, 일상 속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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