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호 반가운 사람들 ‘2024 국제 장애인 예술가대회’ 입상 전영기 작가




반가운 사람들 손으로 그려나가는 기적



‘2024 국제 장애인 예술가대회’ 입상



느긋하게 움직이는 손끝과는 달리, 눈빛은 초롱초롱 바쁘게 빛난다. 표정은 태연하나, 가끔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면 짐짓 깊은 생각에 빠진 듯도 하다.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해 내고 싶은지는 오직 그만이 알 수 있지만, 복도에 걸린 그간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 그가 꾸는 총천연색의 꿈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Writing 박다연 Photo 김성재



전영기 작가





국제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다



전영기 작가는 ‘2024 국제 장애인 예술가대회’ 3위라는 성적으로 깜짝 입상하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수원시장에게 상장과 함께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다양한 꿈을 그리길 바란다’라는 축하의 메시지도 건네받았다.

미국 피닉스시 장애인식위원회가 개최한 ‘2024 국제 장애인 예술 가대회’는 ‘소외와 차별 없는 사회’를 주제로 열렸다. 미국 애리조나와 피닉스시의 11개 국제자매도시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장애인들이 작품을 응모했고, 수원시 국제교류센터는 3개의 작품 출품을 지원했다.

“뜻밖의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저도 더 좋았어요."

소감을 묻자 골똘히 생각에 잠긴 전 작가는 ‘기적’이라는 말로 당시의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고심해서 고른 단어들 하나하나에 무게감이 실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인정을 받았다는 안도감, 뜻밖의 수상에 대한 기쁨,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 등 많은 말은 아니지만 그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고스란히 와닿는 듯하다.

이번 대회에서 수상한 전영기 작가의 대표작, ‘내 친구 강아지’는 사람과 강아지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구도의 그림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일상의 모습이지만 왠지 모를 따뜻한 위로의 정서가 느껴진다. 가만히 강아지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 때문일까, 사람의 손길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강아지의 평온한 모습 때문일까. 거친 바다와는 반대로 둘은 한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실제로 강아지와 함께 살지는 않지만, 강아지를 좋아해요. 강아지와 함께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아요. 강아지는 순수하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전 작가는 2019년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캐릭터 디자인 전문가 양성반’을 이수했고, 올해는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반’ 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일자리 ‘디지털 드로잉’ 직무에 근무 중이다.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이처럼 두각을 나타낸 데에는 그간의 노력이 한몫을 했으리라.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스스로도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웃음).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제 그림을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 어요. 이번에 수상한 대회는 국제대회니까 제 감정을 더욱 잘 표현하고 싶었고,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림을 지도하고 있는 안미경 선생님 역시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라며 “특별히 지도한 작업이 아님에도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전 작가의 선전을 아낌없이 칭찬했다.

전 작가의 그림에는 유독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중 가장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강아지다.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티셔츠 앞면에도 귀여운 강아지가 프린트되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존재이자, 그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 누구나 그러하듯, 그 역시 좋아하는 것을 그리며 행복감을 느낀다.

“놀거나 쉴 때 영감이 많이 떠올라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디지털 드로잉’ 직무에도 많은 도움이 돼요. 저는 여러 가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디자인을 맡기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성격, 원하는 주제에 맞춰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전 작가는 개인적인 작품활동뿐만 아니라 직무를 통해 경제활동에도 참여하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그가 자신을 내면을 표현하고 세상과 좀 더 친해지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작가로서의 성장에도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고 싶고 패션이나 풍경화, 인물화도 그려보고 싶어요. 다양한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그림에 도전하려고 해요. 그리고 최근에는 요리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요리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있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 하는 음식은 돈가스인데, 제가 직접 돈가스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전 작가는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부지런히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사람이다. 그려보고 싶은 그림도, 그림 외에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청년. 이번 대회에서의 수상은 그런 그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더 열심히 하라고, 가능성이 크다고, 좀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아도 좋다고 세상 모두가 그렇게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 높이 날기보다는 좀 더 멀리 날아가길 원하는 그에게 앞으로 또 어떤 뜻밖의 ‘기적’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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