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 한데 모은 소리로 마음에 길을 내다 - 수원시립합창단 예술감독 박지훈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굳게 닫힌 마음에 감동이라는 길을 낸다는 것이다. 1983년에 창단되어 오랜 시간 좋은 음악으로 사랑받아 온 수원시립합창단. 그 속에서 박지훈 예술감독은 더 많은 수원 시민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좀더 친숙하고 더욱더 새롭게, 다양한 기획으로 수원 시민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글 박은송 | 사진 제공 수원시립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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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걸어온 길, 수원에서 꽃피우다

그를 지휘자라고 해야 할까, 작곡가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공연 기획자, 아니 예술가라 칭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가 걸어온 여러 갈래의 길은 모두 예술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수원시립합창단의 박지훈 예술감독은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작곡학과에서 합창 지휘와 작곡을 전공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합창단의 지휘를 맡으며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리고 2018년 8월, 마침내 그는 수원시립합창단과 인연을 맺고 제4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다.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음악회를 기획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연주로 관객들의 관심을 받아온 박지훈. 어느덧 수원시립합창단의 예술감독을 맡은 지 1주년이 되어 가는 지금, <出港(출항)>이라는 그의 취임 연주회 제목을 따라 한 해 동안 단원들과 순항하고 있는 그는 수원에서의 첫걸음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영광스러운 자리인 만큼 걱정도 컸어요.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수원시립합창단의 지휘자 자리니까요. 여태까지 이어온 찬란한 합창단의 역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멋진 활동을 해야 한다고 다짐하며 시작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고대한 일이기도 했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합창단의 예술감독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취임 연주회 때의 벅찬 기억이 또렷해요. 아직 서로 적응해가던 저와 단원들이 처음으로 함께 땀 흘리며 준비한 순간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참 신선한 기억이에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며 수원시립합창단과 저는 부지런히 라포Rapport를 형성했어요.”



예술감독으로서 수원만이 가진 지역적 매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통과 예술의 집결지인 이 도시가 그에게도 분명히 특별했을 터. 특히 오랫동안 수원 근처에서 살아온 그였기에 더욱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수원은 집 같은 곳이지만 앞으로 더 많이 알아가고 친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구해야 할 것도 아직 너무 많고요. 요즘은 수원의 역사적인 전통과 가치에 대해 탐색하고 있어요. 앞으로 좋은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발굴해낸다면 연주, 뮤지컬, 오페라 어떤 것이 되었든 합창단의 새로운 기획에 접목하려 해요.”



 



합창, 소리로 모아진 작은 사회

합창음악에 대한 박지훈의 애정은 남다르다. 그간 합창 지휘뿐만 아니라 합창음악 작곡가로도 활약해 온 그. 지금까지 필리핀 마드리갈 싱어즈, 국립합창단, 인천시립합창단, 코리아 아르츠 앙상블 등 국내외 대표적인 연주 단체에서 작품을 의뢰해왔으며, 종교/세속 합창곡(‘원해’, ‘신자되기 원합니다’)나 칸타타(‘예수’, ‘해피 크리스마스’, ‘두 제자’), 뮤지컬 <행복버스>, 영화, 드라마 <대조영>의 음악을 발표하며 꾸준히 작곡 활동을 해왔다. 또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도라지꽃’, ‘봄날’ 등의 작품이 실렸고, 미국합창지휘자협회(ACDA), 세계합창총연합회(IFCM) 등지에 초청되어 한국의 대표 합창 작곡가로 소개되고 있다.



“합창음악은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커요. 아무리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난 단원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색깔을 어느 정도는 조절해야 하죠. 튀고 싶은 욕심도 덜어내야 하고요. 그렇지만 또 앞으로 나와줘야 할 때는 또렷하게 소리를 내야 해요. 어떻게 보면 합창은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사회와 닮아 있어요.”



물론 작곡가로 활동하는 것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있을 터.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이상을 음악으로 만들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지훈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음악적 스타일을 완성해 나갈 때 더 큰 메시지와 감동, 음악적 설득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합창단을 지휘하며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다. 그리고 그는 훌륭한 지휘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해서도 의견을 덧붙였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일이기에 리더로서 단원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죠. 서로서로 배려하는 관계로서 공존하는 거예요. 리더의 아집으로 단원을 제 뜻대로만 끌고 가거나 위에서 군림하려 든다면 훌륭한 지휘자가 될 수 없어요. 이게 합창의 기본 규칙이에요. 단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하나의 의견이라도 들어주며 그들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서포터가 되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죠. 앞으로도 지금처럼 단원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며 좋은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저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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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담장을 허무는 일

박지훈은 수원시립합창단의 예술감독으로서 합창음악이 조금 더 수원 시민의 삶 속에 친숙하게 스며들기를 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꾸만 장르의 담을 넘고 싶나 보다.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이라면, 조금 더 편안하게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응당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그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공연이 바로 제171회 정기연주회 <브릿지 콘서트>였다. 작곡가와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겠다는 기획으로 꾸민 이 공연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관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호평을 들었다.



“어떤 곡을 선정해서 어떻게 연주를 할 것인가에 목적을 두기보다 시민에게 필요한 기획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연마다 분명한 의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관객이 재미있어 하거나 뜻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단 몇십 분의 공연일지라도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크게 값어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완성시키려고 해요.”



박지훈이 생각하는 예술적인 행복은 귀나 머리로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가 <브릿지 콘서트> 같은 다양한 기획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장르와 그렇지 않은 장르를 서로 연결하는 것. 그리하여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예술감독의 가장 큰 보람이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사랑해요. 저마다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특히 요즘은 제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많이 접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저와 가치관이 다른 작곡가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그들의 음악을 찾아 들으려고 해요.”



한국의 K-POP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노래가 사랑받는 요즘. 박지훈은 이토록 다양한 음악과 클래식의 관계성에 대해 연연하고 싶지 않다. 자신부터 편견을 갖지 않고 음악을 듣는 것이 결과적으로 관객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노래 나의 기쁨

예술가란 누구이고 음악이란 또 무엇인가. 우리는 예술에 대해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지훈은 이렇게 경직된 세상 속에서 예술이 가진 의미에 대해 재정립하고 싶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 그리고 그 속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따뜻한 위로.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박지훈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노래와 기쁨이 고스란히 관객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그것이 시립합창단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또 자신이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수원 시민들이 좋은 합창 공연을 더 많이 경험하면 좋겠어요. 그래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삶 속에서 예술이 주는 힘은 아주 크거든요. 일단 연주장에 오셔서 직접 듣고 그 감동을 느끼기를 바라요. 단 한 번의 음악 나들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생각지 못한 기적을 맛보게 될 거예요. 한 가지 더보태자면, 합창단이나 합창 동아리에 가입해보세요. 음악이라는 취미 활동이 생기면 삶이 더욱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질 거라고 확신해요.”



박지훈은 관객에게 꾸준한 감동을 주려면 예술인들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바라보는 수원시립합창단은 명실상부 최고의 합창단이지만, 시대가 바뀌고 다양한 문화가 창조되고 있는 상태에서 수원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객이 음악을 들었을 때 수원시립합창단만의 개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독창적인 사운드와 음악적 특징들을 찾고 개발할 예정이다.



“어쩌면 너무 큰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삶이 끝나는 날 천국에 가고 싶어요(웃음). 내가 살아온 날들에 만족하며 눈을 감고 싶다는 의미예요. 그러려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하고, 제가 가진 걸 많이 나누어야겠죠. 저에게는 그 희생의 매개체가 노래이자 음악인 것 같아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으며 이번 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본인은 그 꿈을 작다고 칭하지만 누가 그것을 미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 사람의 힘과 소리를 모아 마음으로 가는 길을 만들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 이는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또 사람에 대한 믿음 없이는 쉽게 해낼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수원의 예술과 문화는 꽃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박지훈 예술감독의 정진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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