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호 부지런히 자라나는 아이에게 - 대한이네 가족


처음 인터뷰 제안을 했을 때 멋쩍은 웃음과 함께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저희 가족을요? 별거 없는데.” 하지만 아이와 간 곳, 먹은 음식, 작은 일상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정성스레 기록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대단해 보였고, 그 동력이 대체 어디서 나는지 무척 궁금했다. 무작정 집으로 찾아갈 약속을 잡은 뒤 대화를 나누어보니 알 수 있었다. 엄마의 일상을 완전히 변화시킨 그 에너지는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생긴 마법 같은 것이었다.

글 이다은 사진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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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선물 같은 아이와의 시간



사업가인 남편과 올해 세 살이 된 아들 대한이, 그리고 매일을 아이와 한몸처럼 붙어 지내는 김주희 씨는 세 사람을 아주 보통의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들에게 미용을 가르치던 주희 씨는 5년간 만난 남편과 결혼해 대한이를 낳았다. 강단에 서고 싶다는 꿈을 미루어 둘 정도로 누구보다 아이를 원했지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어렵게 선물 같이 찾아온 아이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주희 씨는 아직 대한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매일 살을 부비며 아이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태어난 것만으로 이미 충만한 행복 그 자체지만, 아이가 가져다준 변화는 또 있다. 결혼 전 휴식 시간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냈다는 주희 씨는 대한이가 태어난 이후 180도 달라졌다. 매일 어디든 나가고, 심지어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에도 휴식보다는 배움을 택한다.

“가만히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저에게도, 대한이에게도 이시간이 지나 버리면 다시는 안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악착같이 뭐라도 하려고 해요. 저는 원래 좀 부정적인 편이었는데 대한이 덕분에 정말 많이 성숙해졌어요. 대한이를 가졌을 때부터 모든 게 다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짜증 냈을 일도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됐어요. 이런 변화가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이에게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은 마음인 걸까. 밖에서 몸으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대한이를 위해 주희 씨는 매일 아이 손을 꼭 잡고 집 밖으로 나선다. 누군가는 아직 세 살밖에 안 된 아이에게 그런 기억은 금방 잊힐 거라고, 엄마 욕심이라고 타박하지만 주희 씨 생각은 다르다.

“물론 엄마 욕심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노력한 만큼 아이가 따라주기를 강요하지는 않아요. 멀리까지 갔더라도 아이가 들어가기 싫다고 하면 일단 고민할 시간을 줘요. 그런 날은 아이의 선택에 따라 일정이 정해지는 거죠. 남편과 제 육아관 중 하나인데, 아이에게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건 앞으로 대한이가 자라면서 진로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욕심을 내려놓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아이 의견을 존중하고 싶어요.”

육아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어 선명한 발음으로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의 말을 수용하고 모든 행동을 지지해주는 ‘아이에게 좋은 엄마’보다는 아이가 올바른 길로 향하는지 멀찍이서 지켜보고 때로는 가까이 가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로 남고 싶다고. 그녀의 바람대로 아이가 몸과 마음이 곧은 사람으로 자란 후에, 언젠가 ‘우리 엄마 참 멋졌어.’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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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네에서 너의 동네로



주희 씨 부부는 수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친구들과 함께 누비던 수원은 언제나 주희 씨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지금 살고 있는 송죽동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주희 씨 마음속에 수원은 동네마다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크게 이어진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이 동네, 저 동네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어디를 가든 낯설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어요. 제게 수원은 언제 가도 재미있고 편안한 친구네 집 같아요. 이 집도 마찬가지예요. 집 앞의 넓고 예쁜 공원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책가방을 메고 와 2002 월드컵을 응원하던 곳인데, 이제는 그곳에서 아들 킥보드를 태우고 있으니 참 신기하죠. 수원을 벗어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는데 냉장고에 붙어 있는 보드판에 자꾸만 눈이 갔다. 날짜별로 빽빽하게 차 있는 일정은 이들이 얼마나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주희 씨는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히 밥을 먹고 11시쯤 집에서 나가요. 전시를 보러가거나, 체험 활동을 하거나, 하다못해 키즈 카페라도 가죠.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커피 한잔하면서 잠깐 쉬고, 집에 들어와서는 제가 준비한 간단한 놀이를 해요. 저녁 먹고 씻기면 그날 하루 끝! 너무 짧지 않나요?”

아이와 함께 가는 곳은 차로 30~40분 내의 거리가 적당하다고 했다. 주희 씨는 수원시와 메신저로 친구를 맺으면 매달 수원에서 주최하는 이벤트 정보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슬쩍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이런 약간의 수고가 아이와의 추억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라면 언제라도, 얼마여도 상관없다는 듯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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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특별한 날들



대한이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볼풀과 장난감이 가득찬 방과 거실이다. 낮에는 간단한 놀이를 하고, 밤에는 함께 앉아 책을 읽는다. 활동성이 강한 대한이도 집에서는 손으로 만지고 집중하는 놀이를좋아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준비해 둔다. 얼마 전에는 비행기 모양의 파스타 면을 털실에 꿰는 놀이를 재미있게 마치고, 그 면으로 저녁을 해 먹었다. 이런 생활 밀착형 놀이들이 아이가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오래 기억하기에 좋다는 게 주희 씨 생각이다.

일상적으로 대한이와 단둘이 저녁을 먹기 때문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하는 저녁 식사는 가끔씩 찾아오는 이벤트가 되었다. 그런 날은 남편이 요리 솜씨를 발휘한다. 아이를 가운데 두고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시간이 세 사람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날이 적어 아이에게 늘 미안하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짠해, 이 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다. 오래 고민한 질문이 무색해질 만큼 따뜻한 대답이 돌아왔다.

“대한이가 백일 때 이 집에 이사를 왔어요. 잠만 자던 아이가 어느 날 뒤집고, 앉고, 옹알이를 했죠. 혼자 일어나 걷고 뛰던 그 순간 하나하나가 다 선명하고, 매일이 특별하고 소중해요. 참, 꿈은 하나 있어요. 대한이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에 하와이에서 한 달간 살아보고 싶어요. 결혼 1주년에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로 여행을 갔는데, 그때 대한이가 찾아와주었거든요. 우리 모두에게 뜻깊은 곳이에요.”

특별한 곳, 특별한 시간, 특별한 아이. 이들 가족에게 일상과 특별함을 구분 짓는 것은 이미 의미 없는 일 같았다. 부지런히 자라나는 아이의 아침을 좀 더 부지런하게 맞는 것. 하루하루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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