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호 [세상보기] 모두가 아름다운 끝을 준비한다 영화 속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












[세상보기]






모두가 아름다운 끝을
준비한다 - 영화 속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이 질서는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삶이 가치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하루하루가 죽음에 다가가는 일이기에 우리는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





글 권유진 자료 네이버 영화








#01



행복을 찾아 떠나는 마지막 휴가

<라스트 홀리데이> Last Holiday, 2006







“다음 생에선 우리 좀 다르게 살아보자.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고 세계를 구경하는 거야.
그저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돼.”




백화점에서 주방용품 가게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지아 버드는 어느 날, 직
장에서 머리를 크게 부딪치고 병원으로 실려 간다. 그리고 의사로부터 뇌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3주밖에 살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선고를 듣
는다. 조지아는 망연자실하며 신을 원망하지만, 이내 짧은 인생을 멋지게 마
무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이후 자신이 평생 꿈꿔왔던 일들을 하나씩 실천하
기 위해 마지막으로 ‘오직 그녀만을 위한 여행’, 라스트 홀리데이를 떠난다.
조지아는 지긋지긋했던 직장을 때려 치고, 모아두었던 노후자금을 몽땅 찾
아 꿈에서만 그리던 체코로 향한다. 고급 호텔에서 가장 비싼 방에 머물며 멋
진 옷을 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방장의 요리를 모두 주문해 식사를 한
다. 평소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고, 많은 돈을 카지노
에서 배팅하기도 한다. 그런 조지아의 모습을 보고 호텔에 함께 머물던 상류
층 인사들은 그녀를 귀부인이나 숨겨진 거물로 착각하며 다가간다.

영화 초반,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늘 눈치만 보는 흐
릿한 인상의 조지아는 카리스마 넘치는 당당한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그리
고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호텔 사람들 역시 변화한다. 자신의 요리에 감동
하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조지아의 모습에 주방장은 보람을 느끼고, 언제나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즐거워
진다. 겉모습만 보고 조지아에게 접근했던 상류층 인사들은 그녀의 내면에
반해 진짜 친구가 되어간다. 세상의 모든 긍정적인 기운을 모아둔 것 같은
영화의 결말은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조지아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껏 사랑하라는 교훈을 남긴다.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단 한 가지,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조지아는 영화 말미, 사랑하는 사람과 또 다른 삶의 여정을 시
작한다.








#02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사랑과 삶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내 기억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정원은 동네 변두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노
총각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세
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간다. 8월의 어느 날, 20대 초반의 주차단속요
원 다림이 단속 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정원의 사진관을 찾는다. 다
림이 사진관에 자주 드나들면서 둘은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정원은 밤마다 자신의 병과 외롭게 싸우면서도 다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나간다. 정원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중요한 줄거리지
만 영화는 정원의 병이 무엇인지, 그가 언제부터 아팠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모든 생각과 감정을 오롯이 관객이 느끼도록 돕는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지만 정원과 다림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고, 웃는 얼굴
로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정원의 마음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관객들
에게 전해준다. 담담한 것 같았던 정원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가 아버지에게 비디오 켜는 법을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정원은 “전원을 켜고
채널 4번을 누르시면 된다”고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나이든 아버지는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몇 번씩 되풀이해 가르치던 정원은 벌컥 화를 내고 만
다. 그리고 자신이 죽은 다음 혼자 남을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작동방법을 메
모로 남긴다. 울음소리를 막으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소리죽여 흐느끼는 정
원의 방 밖에서 아버지는 발길을 돌린다. 대사 없이 장면만 흘러가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둘의 사랑과 이별의 과정, 그리고 정원이 삶이 마지막을 대한
자세와도 닮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에도 정원은 죽음을 의식하지 않
고 자신의 일상을 지키며 다림과의 사랑에 마음을 내어준다. 영화 속 정원은
그렇게 잔잔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 채 다림에게 영원한 추억
으로 남는다.







#03



삶을 향한 처절한 투쟁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Dallas Buyers Club, 2013






“가끔은 살려고 애쓰다가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이 없는 것 같아





전기기술자 론 우드루프는 내일이 없는 듯 하루하루를 술과 여자, 약물과 도
박으로 살아가고 있다. 텍사스 출신의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길들여
지지 않는 황소 위에 올라타는 로데오 경기로 마초 기질 다분한 론은 동성애
자를 경멸한다. 그런 론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에이즈로 살
날이 고작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치료제
를 수소문한 끝에 불법 약물에 손을 대게 된다. 국가 차원에서 아직 안전성이
미확인된 일부 약품에서 치료의 희망을 발견한 론은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그간 경멸해 왔던 동성애자의 삶을 위해서도 치료약을 밀수해 판매한다. 시
한부 판정을 받은 론은 쾌락에 빠져 있던 지난 날, 그가 중요하지 않게 생각
했던 소소한 행복과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본다. 그리고 누구보다 치열하
게 주어진 삶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간다. 영화는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지
만 눈물이 아닌 이성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한 인간의 살아가고자 하는 욕
망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았던 론
은 트랜스젠더 레이언의 당당한 삶에 영향을 받고, 함께 나이 들어가며 죽음
을 준비하는 동성애자 커플의 지원으로 사업에 힘을 얻는다. 많은 사람들의
연대로 생을 연명하게 되는 론은 자신 역시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민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1985년 후천면역결핍증 진단으
로 30여 일의 생존 통보를 받게 된 론 우드루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
후 그는 진단과는 달리 2,500여 일 뒤인 1992년 사망했다. 7년이라는 긴 시
간 동안 그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FDA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하
는데, 국가에서 치료해 줄 약물이 없는 최전방에 놓인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
연장을 위해 다양한 치료제를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렬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함
께 생의 낭떠러지에 선 론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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