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호 [예술인열전]악보 속 선율을 재창조하는 포디움 위 소통가 정나라 지휘자

 










[예술인열전]



 

악보 속 선율을 재창조하는 포디움 위 소통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정나라 부지휘자


 

흔히 지휘자의 악기는 오케스트라라고 말한다.똑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에 따라 천차만별 다른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음악, 이 오케스트라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음악을 재해석하고 특정 부분의 템포를바꿔가며 지휘자만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낼수 있는 것. 경기필하모닉 정나라 부지휘자에게그 과정은 ‘소통’이다.


 

글 권유진 사진 김오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음악을 꿈꾸게 한 가족들


 

정나라 부지휘자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했다. 아버지 故 정두영 선생은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플루티스트로 활동하다 지휘자의 길을 걸었고,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창설해 초대상임지휘자로 활동했다. 어머니 한정강 선생 역시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단과 협연을 가지며 활발히 활동한 피아니스트였다. “형제가 넷인데 다들 태어나기 전부터 음악을 접했어요. 저 역시 5살 때처음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다른 형제들도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 등 하나씩 악기를 배웠죠. 가족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 게 일상이었고, 함께 모일 때면 거실에선 작은 연주회가 열렸어요.”지휘자가 되길 마음먹었던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연주회에서 악기의 선율을 섬세하게 지휘하고, 오케스트라를 통해 곡을 재창조해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주를 마치고 박수갈채를 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무대에 꼭 서겠다고 다짐한정나라 부지휘자는 베를린 국립음대 지휘과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길에 들어선다. “입학 후첫 수업 때, 재능 넘치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동안 악보만 보고, 피아노를연주했던 저는 지휘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감도 제대로 잡지 못했어요.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바이마르 국립음대로 학교를 옮겼죠. 다행히 좋은 교수님을 만나서 마음을 잡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졸업과 동시에 오페라극장에 오페라 코치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다시 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에게 가족은 여전히 큰 힘이 되고있다.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리사이틀을 준비하며 무대에 서는 어머니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응원하는 아내는 그에게 늘 영감을 주는 존재다. “가족들은 제가 음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원동력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봐온 어머니의 피아노에 대한 사랑과 어렵고 힘들 때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내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음악가의 의도를 전하는 부지휘자의 역할



독일 호프 시립오페라극장과 빌레펠트 시립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코치 및 상임부지휘자를 역임한그는 지난 2015년부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필은 2011년부터 동생 정하나 바이올리니스트가 입단해 현재 악장으로 몸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한국에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필에서 부지휘자 공채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동생이 악장으로 있는 오케스트라여서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는데, 오래 전부터 실력 있는 국내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션 날, 동생이 저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데 그 시간이 평생처럼 느껴졌어요. 다행히 좋은 결과를 받게 돼 너무나 기뻤죠.” 정나라 부지휘자는 경기필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첫 리허설 전, 리딩 연습을 통해 음악감독이 원하는 음악적 요소나 주의해야 할 점을단원들에게 전달하거나, 연주회 모니터링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균형을 맞춰 청중들에게 가장 좋은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돕는다. 음악감독을 보좌해 청소년 음악회나 순회연주회 때 지휘를 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연주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만큼 동생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는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저는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하이든 같은 고전적이고 편안한음악을 좋아하지만, 동생은 말러나 슈트라우스, 브루크너 같은 묵직한 음악을 좋아해요. 둘이 음악적 성향이 많이 다른데 오히려 연주를 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스타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어렸을때부터 동생과 즉흥 연주를 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까지도 함께 음악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젊은 지휘자가 들려주는 소통과 공감의 선율



지난 4월, 정나라 부지휘자는 30회를 맞은 교향악축제에서 경기필과 데뷔무대를 가졌다. 교향악축제는 전국각지 18개 국공립오케스트라가 모여 연달아 연주를 선보이기 때문에 가장 직관적으로 연주를 평가할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경기필에 입단한 뒤 첫 순회연주회를 가졌는데, 홍보가 잘 안된 탓인지단 7명의 관객만이 객석을 채워주셨어요. 걱정하며 공연을 시작했는데 인터미션이 끝나고 많은 관객들이 찾아주셔서 신나게 연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대에 설 때마다 저도 단원들도 최선을 다하기에, 이번 교향악 축제는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데뷔 무대였고, 단원들도 그걸 알기에 연습 때마다 최선을 다해주었죠. 공연 때 역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어릴때부터 신동이라 불리며 주목받는 연주자가 나타나는 기악분야와 달리 지휘는 활동이 무르익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휘자로서 교육을 받았다 해도 졸업 후 바로 교향악단을 이끌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큰 무대에서의 경험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나라 부지휘자에게이번 교향악 축제는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젊은 지휘자들이 경험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습해 직접 무대에 오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부지휘자 자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젊은 지휘자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고, 연주 기회가 오더라도 일회성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앞으로 국내 교향악단에 부지휘자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경험이 많은 상임지휘자와 젊은 부지휘자가 신선한 색깔을 보여준다면 오케스트라도 지휘자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필은 최근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를 상임지휘자로 선임했다. 또 한 번의 도약을 시작한 경기필에서 정나라 부지휘자 역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앞으로 보다 많은 무대에서 즐거운 음악, 위로를 주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또기회가 온다면 오케스트라는 물론 성악가들과도 함께 교감하면서, 음악을 극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오페라 무대에도 많이 서보고 싶어요.” 정나라 부지휘자는 현재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젊은 지휘자들과도 함께하고 있다. 무대의 소중함을 아는 그이기에 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음악은 ‘소통과 교감’이라고 말하는 그가 앞으로 포디움 위에서 들려줄선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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