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 [예술인열전] 예술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 - <미술관 옆 음악당> 전원경 강사













[예술인열전]






예술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 - <미술관 옆 음악당> 전원경 강사






‘사람과 관련된 모든 학문’을 의미하는 인문학은 그 범위가 꽤 광범위하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핵심을 꼽자면 예술일 것이다. ‘인문학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예술은 시대의 역사와 종교, 정치, 사회, 문화를 모두 함축하고 있으며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가장 널리 통용되는 분야기도 하다. 똑같은 공연과 전시라도 보는 사람이 그 배경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개개인에게 다가오는 깊이와 울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가이자 인문학 전문 강사인 전원경 강사는 그런 의미에서 ‘예술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 권유진 사진 김오늘








39살, 다시 시작된 꿈





전원경 강사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지만, 대학 전공은 흥미와 먼 주거환경학과를 선택했다. 당시만 해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려면 이과를 가야한다는 주위의 편견 때문이었다. 대학을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임원들의 국·영문 연설문 쓰는 일을 하며 글쓰기와 인연을 맺었다. 음반사에서도 잠시 일하며 클래식 음반에 수록되는 소책자Booklet에 곡 해설과 리뷰를 쓰기도 했다. 그 계기로 음악 월간지 <객석>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했다.

글쓰기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던 그였지만, 일대일로 사람을 만나 취재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짧은 기자 생활 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그는 남편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결혼 10일 만에 영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시티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비평 및 경영 석사 과정을 졸업한 그는 3년 동안 경험한 영국 생활을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로 펴냈다. 변화에 둔하고 느리게만 보이는 영국을 다각도에서 바라본 이 책은 2000년 초판을 낸 뒤 23쇄를 찍으며 스테디셀러로 거듭났고, 지난해 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2009년, 또 한 번의 모험을 결심한다. 영국 글래스고대 문화 콘텐츠산업 박사과정에 입학 허가를 받게 되면서 영국 유학을 떠나게 된 것이다. 39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그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란 생각에 9살 아들, 5살 딸과 함께 글래스고로 날아가 박사 학위를 시작했다. 1년 동안 입학을 미룬 채 고민할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글래스고에서 사용하는 영어가 스코틀랜드 특유의 억센 억양이 강해 일상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이들도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죠. 아들과 딸아이를 초등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과 학교만 오가는 생활을 4년 동안 반복한 뒤에야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어요.”
2013년, 그는 마침내 ‘정부의 정책 변화가 문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고 귀국했다













귀국 이후 <런던: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서>, <예술가의 거리>, <역사가 된 남자>, <런던 미술관 산책>, <목요일의 그림> 등 다양한 책을 펴낸 전원경 강사는 현재 수원문화재단을 비롯해 서울, 대전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KBS 1라디오 ‘문화공감’의 고정 게스트로도 출연하고 있는 그는 저서와 강연, 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반인에게 어려운 예술 작품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박사 과정을 준비하며 오랜 시간 공부를 해온 그에게 강연 활동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를 물었다.

“글래스고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말도 통하지 않고, 아이들까지 돌보려니 너무 고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고 나면 힘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화가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쫓다보니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었고, 내일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이 같은 감정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예술 작품을 통해 받은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고 싶어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강의할 당시 원고지 100매 분량의 강의안을 작성해 모두 외웠다는 전원경 강사는 “강의를 통해 예술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한다. 그가 2016년부터 수원SK 아트리움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원문화재단의 <미술관 옆 음악당> 역시 이 같은 목표에서 시작되었다. 서양의 도시를 주제로 공간적 배경과 역사적 사건을 통해 예술 작품에 대해 알아보는 <미술관옆 음악당>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전원경 강사의 알기 쉬운 해설을 더한 콘서트 방식의 강의로 주부층에게 큰 호평을 받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현재 세 번째 시즌을 진행 중인 <미술관 옆 음악당>은 ‘인간과 예술, 우리들의 삶과 사랑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원경 강사는 “<미술관 옆 음악당>은 강의를 하기 전부터 수강생들의 기대감이 얼굴에 묻어 나와 매번 부담과 즐거움을 함께 안고 간다.”고 웃으며 전했다.













체험과 경험에서 찾는 예술적 취향

<무럭 무럭! 씨앗이 꾸는 꿈>

“<미술관 옆 음악당>은 제가 관객들과의 교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강의예요. 저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죠. 강의를 한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늘 시작에 앞서 긴장하는 편인데 <미술관 옆 음악당>은 언제나 편하고 즐겁게 강의를 하게 됩니다. 이번 시즌에서는 ‘인간’ 자체에 집중해 예술가들이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느꼈을 때 그것이 어떻게 작품으로 태어났는지 알아보려고 해요, 강의를 통해 예술가나 우리나 같은 인간이고, 먼 거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예술 작품을 어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원경 강사는 “무엇이든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을 알고 싶다면 전시회를, 음악을 알고 싶다면 음악회를 찾아가 직접 보고 들으며 경험 한뒤 자신의 취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흥미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해도된다.”고 전했다.

“미술 작품에 대해 논하고, 클래식을 듣는 게 어렵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록 음악을 좋아하고, 대중가요를 듣는 것과 같은 개개인의 취향에 불과합니다. 삶이 풍요로워질 순 있지만 모른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거든요. 그런 선입견을 버리는 게 예술 작품을 보다 쉽게 대하고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이 발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을 위해 없던 공연장을 짓는 인위적인 정책보다는 작은 음악회에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이 같은 움직임이 모인다면 문화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예술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 <예술, 역사를 만들다>를 출간한 전원경 강사는 현재 ‘도시’와 ‘인간’을 다룬 후속편과 클림트 평전 출간을 앞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쉬운 예술을 말하는 그가 들려줄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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