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호 [공방탐방] 향기로움 가득한 일상을 꿈꾸는 곳 꽃집 일년열두달













[공방탐방]




향기로움 가득한 일상을 꿈꾸는 곳 꽃집 일년열두달


우리는 늘 꽃과 함께한다.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에는 축하의 의미를 담아, 한 사람의 생이 끝나 그를 기념하는 순간에는 추모와 위로의 의미를 담아 꽃을 건넨다. 탄생의 기쁨과 죽음의 아픔을 모두 나타내는 꽃은 어쩌면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완벽한 매체일지도 모르겠다. 꽃집 일년열두달은 그런 꽃이 일상이 되길 바란다.




글 권유진 사진 김오늘














꽃,

운명이 된 뜻밖의 만남






수원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곳 중 하나인 나혜석거리는 이른 아침이 되면 지난밤의 왁자지껄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술과 음식을 팔던 가게들은 거리를 채웠던 간이 테이블을 곱게 접어놓은 채 문이 닫혀 있고, 사람들은 하루의 시작을 위해 바쁘게 걸어간다. 햇살이 비치며 주위가 잠잠해진 순간, 나혜석거리 한편에 자리한 일년열두달이 눈에 띈다. 2016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꽃이 일상이 되길 꿈꾸는 이민정 플로리스트의 바람이 담긴 작은 꽃집이다. 일년열두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감쌌다. 향기에 적응해갈 때 쯤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화분과 곳곳에 걸려 있는 드라이플라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민정 플로리스트가 꽃에 매력을 느낀 것은 3년 전. 대학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취업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던 딸에게 어머니는 취미로 꽃을 만져보길 권했다.

“엄마가 10년 넘게 꽃꽂이를 취미로 하고 계셨는데, 사실 처음에는 작품을 만든다고 밤새 꽃과 씨름하는 모습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저 역시 꽃이 보기 좋은 건 사실이지만 잠깐의 아름다움 때문에 거금을 들여서 꽃을 사는 게 선뜻 내키진 않았거든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도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죠.” 망설임도 잠시, 그는 빠르게 꽃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가지에 붙어 있는 잎을 정리하고, 제각각인 줄기의 끝을 다듬고, 잎 색깔에 맞춰 이리저리 조합하는 잠깐의 시간이 뜻밖의 휴식이 되었기 때문. 꽃을 만지는 동안 앓고 있던 마음 속 고민들도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꽃은 그에게 일상이 되었다.

이민정 플로리스트는 그길로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하고, 꽃집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옷가게였던 건물을 개조하고, 후배들과 함께 직접 페인트칠을 해 건물 외벽을 깔끔한 화이트 톤으로 바꾸었다. 보기만 해도 꽃향기가 전해져오는 내부 인테리어도 전공을 살려 직접 담당했다.

“오픈하고 나서 얼마 후 주변 상가 사장님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그동안 식당과 술집만 있어 거리가 너무 삭막했는데, 꽃집이 생기니까 거리가 밝아진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저 역시 계속 수원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그 인사가 정말 뿌듯했어요.”












소중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단 하루의 시간





일년열두달에서는 판매와 플라워 레슨을 함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하루 동안 일회성으로 이뤄지는 원데이 클래스가 가장 인기가 많다. 장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일년열두달에서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잠시 동안 온전히 꽃을 만지는 일에 집중한다. 이민정 플로리스트는 “싱그러운 꽃향기를 맡으며 자신만의 미적 감각으로 색색의 꽃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요.”라며 꽃의 매력을 전했다.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 중 대부분은 꽃을 처음 다뤄보는 사람들이 많아 초보자들도 따라 하기 쉬운 내용으로 구성한다. 생화와 드라이플라워를 사용해 꽃다발을 만드는 핸드타이드 수업과 나무로 된 리스틀에 드라이플라워를 엮어 꽃리스를 만드는 수업도 인기가 많다. 꽃을 건조시킨 드라이플라워는 생화보다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원데이클래스에서 만든 제작물은 직접 가져갈 수 있어 주로 연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찾는 강습생들이 많다고 한다.

“한번은 사회복지센터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셔서 지적 장애가 있는 분들과 수업을 했어요. 마음처럼 꽃을 섬세하게 다루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작업해 오랜 시간 끝에 완성할 수 있었죠. 수업 내내 집중하느라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완성하고 난 뒤 그 어떤 미소보다도 환하게 웃으셨어요. 그때 꽃을 다루는 일이라는 게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죠. 앞으로도 이런 꽃의 매력을 전하고 싶어요.”












아무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드는

꽃의 에너지



초보 꽃집 사장인 이민정 플로리스트는 처음에는 꽃집 운영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꽃을 만지는 일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손님이 많을 때에는 온 가족 모두일년열두달로 출동했다. 지난달에야 비로소 첫 휴무를 가질 수 있었다는 그는 그럼에도 꽃을 만지는 일이 늘 즐겁다고 웃는다.

“첫 어버이날을 앞두고 손님이 정말 많았어요. 저와 엄마는 주문받은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들고, 아빠는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다들 힘들어 하고 있던 와중에 지막 손님으로 저희 엄마 또래인 중년 여성분이 오셨어요. 딸이 꽃과 편지를 주문했는데, 일이 바빠 영업 종료 전까지 못 올 것 같아서 엄마에게 부탁한 거였죠. 영문도 모르고 오신 손님이 딸이 준비한 선물에 감동하셔서 가게에서 막 우시는데, 정말 보람차고 기뻤어요. 저에게 꽃을 권했던 엄마는 지금은 일이 너무 힘드니 그만 두라고 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꽃집을 운영하면 할수록 이게 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민정 플로리스트는 꽃을 만지는 것 외에 꽃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일년열두달을 채운 아기자기한 화분들처럼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 꽃집을 찾는 사람들이 고급스럽고, 화려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 주는 기쁨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꽃은 우리 삶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에 늘 함께하고 있어요. 계절과 시간, 장소를 떠나 설렘과 행복을 전해주는 게 꽃이죠. 지친 일상 속에서도 테이블에 놓인 작은 꽃 한 송이만으로 행복해지듯 꽃은 특별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요. 그걸 전하는 게 일년열두달의 목표예요.”

꽃이 행복이 되길 바란다는 이민정 플로리스트. 그의 손끝에서 피어날 아름다운 꽃들이 우리의 일상을 가주소 득 채우는 향긋한 설렘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일년열두달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권광로180번길 49

운영 : 과정 별 상이(운영시간 11:00~21:00)

과정 : 꽃다발, 꽃바구니, 핸드타이드, 플라워클래스, 원데이클래스

문의 : 031-238-9266 / 1year12month@naver.com

사이트 : https://blog.naver.com/1year12mo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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