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2018 Vol.22

나의 신념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글 편집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가리거나 침묵하고 싶지 않다. 내 취향에 대해, 내 몸에 대해, 시대 정서에 반한 관행에 대해, 정치와 권력에 대해, 불평등에 대해, 부조리에 대해, 진 자의 갑질에 대해, 공공연한 악에 대해 ‘이제는 모난 돌’을 자처한다. 정을 맞을 일이 없다. 일부는 불매운동 같은 저항 행동으로 이어지고 타깃은 즉각 응징되기도 한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남들에게 밝히기 힘들어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ㆍ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을 뜻한다. 2000년 초반 ‘커밍아웃Coming out’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참 생소한 단어였다. ‘벽장 밖으로 나오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말에서 파생됐는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행위에 한정된 용어였다. 좁은 의미의 커밍아웃은 사회 전체에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만을 가리켰지만, 그 의미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자기만의 어떤 생각이나 신념을 밝힐 때도 커밍아웃을 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은 바야흐로 ‘미닝아웃Meaning out’의 시대다.

이 용어의 저작권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에게 있다. 그가 발표한 ‘2018 트렌드 코리아’에 처음 등장한 한국식 조어다. 취향이나 가치관, 정치·사회적 신념에 ‘의미’를 두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커밍아웃에서 진화했다고나 할까. 그러나 아무리 개인의 주관이 뚜렷해도 결국 변화는 행동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세상은 가만히,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2018년 ‘미닝아웃’현상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미닝아웃’에 나서기 전에 자신의 신념이 올바르게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과 함께 정보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전제가 요구되는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