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등록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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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소소한만남] 초록빛 일상에서 만난 식물의 친구들
초록빛 일상에서 만난 식물의 친구들
패브릭 한 장, 액자 하나로도 공간의 얼굴이 바뀐다. 특히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은 표정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치유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심은 아파트가 빽빽하지만 그래도 수원 곳곳에는 옅고 진한 초록의 빛깔로 물들인 곳들이 많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초록 앞에 이내 마음을 내어준 식물의 벗들을
찾았다
글 강일서, 노경희 사진 김오늘
people 01
텃밭소믈리에 꿈의학교 교장 박수경
텃밭 가꾸는 아이들,도심 속 또 다른 행복 찾기
수원 청소년문화센터 앞 공원텃밭에는 시민들이 가꾼 각종 채소와 허브식물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이 중에는 관내 중학생들이 정성 들여 가꾼 상추, 고추,
고구마, 감자 등 다양한 텃밭이 특히 눈길을 끈다. ‘텃밭소믈리에 꿈의학교’가 그곳이다. ‘텃밭소믈리에 꿈의학교’ 박수경 교장은 독일에서 심리학 공부를
했는데, 그 당시 독일인이 한국인들의 따뜻하고 정겨운 성향을 매우 좋아했던 점을 떠올리며, 그 성향이 우리나라 고유의 농경문화를 접하며 자연스레 생겨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박 교장은 소중한 농경문화를 체험과 연계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국에 돌아온 후 2011년 수원 영통
1동주민센터에서 ‘어린이도시농부’라는 텃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반응이 정말 좋아 이때를 시작으로 관내 학교 곳곳에서 프로그램을 하게 됐습니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꿈의학교에서도 프로그램을 지속하게 됐죠.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과 희망의 기회였습니다.”
텃밭소물리에 꿈의학교는 올 해 3년째 진행중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농업의 소중함과 관련 영역의 연결부분이 점점 깊이를 더 해가고 있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3~4시간 우리 농작물을 직접 수확하고, 농업과 관련된 미래 산업 분야를 배우며 사계절을 보내다 보면 텃밭의 허브, 농작물과 함께 훌쩍
성장해 있다. 특히 푸르게 자라나는 식물, 농작물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박수경 교장은 삶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힘이 난다며 미소 지었다. 박 교장의 꿈은 더 많은 이들이 농경문화를 접하는 것이다. 옥상정원, 텃밭농사 등 무엇이든 좋다는 박 교장은
각박한 도심 속이지만 싱그러운 자연과 푸른 식물들을 만끽하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people 02
총각네야채가게 광교점 대표 이지영
총각인 듯 총각 아닌 궁금하고 수상한 야채가게
젊은이들의 이상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야채가게에서 꿈을 키워나가는 총각들의 이야기,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총각들만 있다는 수원 한 야채가게의 흥미로운 현장을 찾았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젊은 총각들이 큰 소리로 손님을 반긴다. 가장 크게 인사한 이지영 씨는 처음에는 총각네야채가게 직원으로 시작을 했고 이제는 한
지점의 대표가 되었다. “고객 응대부터 재료의 구매와 가게운영까지 꼼꼼하게 익힌 다음에 점장이 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노하우를 쌓아서 실제로 가게를
운영할 때 최대한 어려움이 없게 청년들에게 창업을 열어주는 것이 총각네야채가게의 작은 목표예요.” 그리고 가게를 운영한 지 3년이 된 이 대표는 처음
일할 때는 총각이었는데 지금은 총각이 아니라며 웃으며 덧붙였다.
“저희는 청년 중에 총각들만 채용해요. 가게 콘셉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야채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려면 힘과 체력이 좋아야 해요. 과일이나
채소가 보통 무거운 게 아니거든요.” 대형마트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의 가게를 찾는 단골들이 꽤나 많다. 그 비결은 500원의 채소도 배달하고 바쁜
직장인들을 대신해 생선도 직접 구워준다. 신선한 야채와 당도 높은 과일, 싱싱한 생선의 품질을 기본이고 거기에 친절한 서비스, 미소는 덤이다. 또한 가게
안 곳곳에는 즐거운 멘트도 가득하다. 한쪽 패널에 적힌 총각네 과일 공짜로 먹은 비법으로 소개팅 주선, 단체미팅 주선, 장가보내기의 문구를 보니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궁금하고 수상했던 총각네야채가게의 가장 큰 영업 비결은 그 즐거운 현장에 있었다. 청춘들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에너지가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 바로 이것이 답이 아닐까?
people 03
잇츠허브농장 대표 박가영
모히토 가서 몰디브 마시려다 농부가 된 스물한 살의 그녀
뜨거운 햇볕 아래 그을린 피부의 젊은 여성 농부가 밭을 매고 있는 푸른색 민트로 가득한 허브 농장이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박가영 씨는
칵테일이 좋아 바텐더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에 배송된 허브 꾸러미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품질이 좋지 않았고, 모히토mojito의
재료로 쓰이는 민트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유통과정에서 많이 상한 것 같았는데 이런 민트로 모히토를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취미 삼아 직접 심은 민트로 만들어 봤는데 맛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우연찮게 바에 소개했는데 그게 시작이 되었어요.”
농부가 된 지 벌써 5년 차인 박가영 씨의 작은 텃밭은 수원과 화성에 자리를 잡고, 이제 약 2,000평 정도의 제법 큰 농장이 되었다. 주로 민트를 재배하는데
그 외에 로즈마리, 레몬버 베나, 바질, 라벤더, 파인애플세이지 등 다양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련화를 비롯해 먹을 수 있는 꽃들도 재배 중이라고 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일도 많아지고 바빠지면서 지금은 부모님과 디자이너인 언니까지 합세해 가족농장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큰 농장을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허브는 딴 후 1~2주면 금방 시들기 때문에 신선도가 굉장히 중요해요. 내가 직접 민트를 재배해서
유통단계 없이 바로 가져다주면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주문이 들어 온 다음 날 수확해서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추천과 입소문으로 이렇게 커지게 되었네요.”
아직은 수줍음이 많은 스물여섯의 박가영 대표는 갈 길이 멀다는 꿈 많은 청년이다. 앞으로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도심에서 초록 냄새를
더 가까이 맡을 수 있도록 잇츠허브의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