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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공간탐색2] 아날로그 메이커 스페이스, 구천동 거리 이야기
아날로그 메이커 스페이스, 구천동 거리 이야기
1970년대 공구시장의 모습을 간직한 채 세월의 흔적을 끌어안은 낡은 간판과 슬레이트 패널로 된 점포에서는 공구 돌아가는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땀 흘려 일하는 상인들 앞에는 각종 공구가 깔려 있다. 현재까지 대장간과 철공소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심지어 탱크도 만들 수 있는 곳 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글 한예지 홍보팀 일러스트 하와이
Ⓒ수원시
그 많던 철물점은 어디로 갔을까
어느 마을에 가던 철물점 하나쯤은 주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 많던 철물점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대형마트에도 철물 · 공구 코너가 깔끔하게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잘 정리되어 있는 공구들과 철물들은 그 값이 비싸기도 할뿐더러 종류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작업이라는 것을 하다보면 생기는 욕심이 바로 재료욕심과 공구욕심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나에게 구천동이 그러한 장소였다. 그곳에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세상의 모든 재료가 있었으며, 재료를 다듬기 위한 모든 공구와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장인들이 있었다.
반세기 시간 속 머무는 수많은 이야기들
부끄럽지만 최근 들어서는 작업을 하지 않고 있기에 그만큼 구천동을 방문하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취재 차 오랜만에 방문한 구천동은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여전히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다양한 재료들이 있었고,용접 소리라든가 망치소리 등 무언가를 만들 때 나는 일관된 소음은 정겹게 다가온다. 다만 공구상가시장 한 가운데 큰 주차장이 생겼는데, 그것이 최근 들어 생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 구천동은 사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1960년대 한국전쟁 직후 여러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 구천동 수원천변 주변에서 영세 제조업을 운영하던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공구시장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공산품이 부족하였기에, 대부분의 도구들은 장인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 제작되었다. 지금은 일회용으로 한번 쓰고 버려지는 호미도 그때는 무뎌진 날을 벼리고 또 벼려 쓰고 또 썼다. 1980년대 경제발전과 맞물려 구천동도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했다고 한다. 당시 구천동에 점포를 얻기 위해서는 아는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할 정도였다. 사람이 모여드니 자연스럽게 주변에는 유흥가가 번창하기 시작했고, 수원천을 따라서는 여전히 무허가 판자촌과 빈민가도 존재했다.
1991년에는 대대적으로 수원천 복개공사가 진행되었다. 장마철만 되면 범람하던 곳을 아스팔트로 덮어버린다니, 대부분의 상인들은 복개공사를 반겼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로 당초 계획 구간에서 1/4정도만 되는 지동교-매교 간 구간만 진행이 되었고, 이마저도 2012년 수원천 복원공사를 통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복구되었다. 지금의 구천동은 과거의 명성에 비해 많이 침체되어 있다. 일부 공구상가는 고색동 일대로 옮겨 가기도 했고, IT산업의 발전으로 제조업 자체가 감소함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아날로그, 수작(手作)업
대량생산된 물건들이 대부분의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소비 지향적인 현대사회에서,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제작을 하는 수작(手作)업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고장 난 시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가치가 있듯, 물건은 기능으로써 존재하기 이전에 개체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즉 물건을 만드는 행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두 개 이상의 개체들을 잇는, 그러한 관계를 만들어 내는 행위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제작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라는 외부적 확장성을 키울 수 있고, 자기성찰과 감각의 소통을 통해 내면의 발전을 경험할 수 있다. 창작이란 매우 거창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나의 모든 경험과 생각과 감각을 담은 어떠한 물건을 제작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인가. 나는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구천동을 추천한다!
[참고서적] 수원박물관(2014). 문밖마을 : 수원시 팔달로 3가 · 중동 · 영동 · 구천동 · 교동
MAP - 구천동 공구상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나에게 구천동이 그러한 장소였다.
그곳에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세상의 모든 재료가 있었으며, 재료를 다듬기 위한 모든 공구와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장인들이 있었다.
공구
무언가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기구 혹은 도구. 전동 톱부터 드릴, 컴프레샤, 타카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공구중에서도 전동드릴 하나쯤 있으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동드릴에는 콘크리트에서 사용가능한 함마드릴과 일반드릴이 있다. 이왕 하나만 있어야 한다면 함마드릴을 추천한다.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뚫고 이것저것 달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일반 가구에서 비싼 공구를 전부 다 구비하기는 힘들다. 몇몇 상점에서는 대여도 하고 있으니, 필요시 빌려 쓰는 것도 방법이다.
전기재료
전선, 조명, 스위치 등 전기와 관련된 각종 재료들을 만날 수 있다. 전기를 다룰 때는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꼬마전구를 생각하자. +,-극만 잘 연결하면 전기는 문제없이 흐른다. 다만 일반적인 건물의 전기배선은 벽 안에 숨겨져 있어 +,-극을 찾기가 힘들고, 전류 또한 220v로 매우 높으니 필요시 전문가에 게 요청하자. 전기 재료를 파는 곳에 문의하면 전기 기사님들을 연결해준다.
대장간
강하디 강한 무쇠들도 장인의 망치질 앞에서는 금세 온순해진다. 공산품도 많아지고 점점 농사짓는 인구도 줄다 보니, 대장장이의 손을 거쳐 생산되는 도구들도 많이 줄고 있다. 대장간에서 낫을 다듬은 적이 있는데, 무딘 날도 새것처럼 다듬어 준다.
아크릴
다양한 두께의 아크릴을 판매하기도 하며, 아크릴 레이저 커팅기가 있어 다양한 모양으로 커팅이 가능하다. 커팅도안은 일러스트 파일로 제작해서 의뢰해야 한다.
기계가공
공업사 입구에는 저마다 주로 하는 작업들이 써져 있는데 크게 용접, 밀링, 선반가공으로 나눌 수 있다. 용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금속을 이어 붙이는 그 용접이 맞다. 밀링은 금속을 자르고 뚫는 것을 말한다. 선반은 물레같이 돌아가는 기계에 금속을 고정하고, 돌려가며 모형을 성형하거나 절삭하는 작업을 말한다. 위 세 가지 작업 방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세상의 모든 물건을 만들 수 있다.
페인트
페인트에는 수성페인트와 유성페인트가 있다. 내구성은 유성이 더 좋지만 특유의 냄새와 점성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수성페인트 작업이 편하다. 수성페인트 도 내부용과 외부용이 있다. 페인트 점포에서 모든 페인트색상을 구비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조색이 가능한데, 조색을 할 때는 조색 코드를 기억하자. 조색 코드가 있어야 동일 색상 주문이 가능하다. 페인트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양(커버링)작업이다. 보양작업은 주변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비닐로 감싸는 작업인데, 제일 귀찮은 작업이기도 하지만 생략할 경우 더 귀찮은 일들이 발생한다.
조경자재
만물상이다. 각종 끈, 플라스틱 지붕, 마대자루, 비닐, 쥬트매트 등 대부분이 조경을 위한 자제들이지만 살짝 다른 방면에서 바라보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재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