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공방탐방]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작은 세상 - 조각보에 담은 세상

 






[공방탐방]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작은 세상 - 조각보에 담은 세상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드는 일은 노동만이 아니라 창조의 기쁨이다. 규방공예는 규방에 모인 여인들이 침선(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천연의 색으로 물들인 원단을 사용해 한복과 이불을 만들고, 남은 조각들로는 보자기, 주머니, 바늘집 등의 소품을 제작한다. 바느질로 나만의 창조물을 만드는 ‘조각보를 담은 세상’, 공방 안 예쁜 빛을 머금은 조각천 모빌이 자꾸 시선을 끈다.


 

글 강일서 사진 김오늘


 

색동저고리의 배색이나 자수로 꾸민 손수건 등은 한국 전통 옷감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멋과 장식이다. 규방공예의 한 분야인 조각보는 조각천을 활용하여 기하학적이고 창의적인 패턴의 멋스러운 디자인을 생활 속에 활용하고, 예물용이나 장식용으로 많이 제작된다. 삼베(마직물), 모시, 옥사(실크) 등을 활용한 발(햇빛 혹은 창가리개)의 경우 실용성과 더불어 은은한 운치와 낭만을 표현한다. ‘조각보를 담은 세상’의 이영자 작가는 특히 이 조각보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처음은 작은 바느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바느질을 좋아해 직장을 다니면서도 자수를 배우러 다녔고, 2004년 수원농업기술센터에서 규방공예와 처연 염색을 배웠다. 이후 이것저것 조금씩 만들면서 공방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그리고 2013년에 생태교통마을을 준비하던 동네가 아름답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곳에 공방을 열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상호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색색의 물들인 천들을 이어가면서 바느질하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고 그 속에 빠지게 되요. 작은 골무 하나에도 작은 조각들이 모여 제 마음을 표현하는 그게 바느질의 매력인지라 ‘조각보에 담은 세상’으로 짓게 되었네요.” 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은 어느새 작가의 골무 작품에 멈춰 섰다. 하나하나 다른 얼굴의 작은 골무들이 모여 또 다른 얼굴로 벽면을 장식한다.


 

규방이란 조선시대의 주거 문화에 따라, 남성들이 거주하는 ‘사랑채’와 구분된 여성의 거주 공간이지만 이는 단지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여성 커뮤니티’를 상징했다고 한다. 혼수품들은 대표적인 규방공예품이라 할 수 있는데, 이 혼수품을 마련하기 위해 솜씨 좋은 동네의 아낙들이 모여,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고 어려움을 나누며 함께 살아왔다.

이 작가도 더 많은 분들에게 규방공예의 전통과 멋을 알리기 위해 수원시농업기술센터의 ‘수원시규방공예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조각보이야기’ 회원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규방공예 중 특히 조각보를 좋아하는데, 처음에 시작할 때는 일반 염색된 천을 받아서 했어요. 그런데 천연 염색된 천의 빛깔이 너무 아름다고 내가 원하는 컬러를 직접 만들 수 있어서 어느 순간 천연 염색까지 직접할 정도로 조각보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더라고요.”라며 그녀의 작품을 하나씩 소개해 준다. “바둑판무늬 겹보는 같은 크기의 사각형 조각을 감침질로 이어 붙인 보자기를 말합니다.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래 두고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사선보는 사각형 조각이 아닌 삼각형 조각을 감침질로 이어서 만들어요. 삼각형의 조각은 바이어스(옷감의 마른 곳이나 박은 곳 따위가 직물의 올의 방향에 대하여 빗금으로 되어 있는 것. 또는 그렇게 마르는 일.) 방향으로 천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해서 바느질해야 해요.”


 

조근 조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 속에서, 정성들여 꼼꼼하게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매력과 작품에 빠져 수강생으로 오신 특별한 분들도 많았다고 한다.

“동네에 70대 어르신이 계셨는데 정말 열심히 배우셨고 덕분에 오히려 제가 많은 에너지를 얻었어요. 또 일본에서 규방공예를 알고자 2주간의 휴가를 내어 공방을 방문했던 재일교포도 있었네요. 쑥스럽지만 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등장하는 공방도 저의 작품으로 꾸몄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색색의 조각보와 닮아 있다.

더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멈추지 않고 민화까지 배우고 있는 이영자 작가. 꾸준한 노력과 규방공예에 대한 애정 가득한 그녀의 마음이 햇살에 비친 조각천의 투명한 쪽빛보다 더 푸르렀다.








 

조각보에 담은 세상

주소 :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50

운영 : 과정 별 상이(운영시간 11:00~20:00)

과정 : 규방공예, 야생화 자수, 전통 배냇저고리 등

문의 : 010-9285-5567 / kuckhun@naver.com

사이트 : http://blog.naver.com/kuck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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