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담장너머] 무너진 장벽 사이, 과거의 시간을 거스른 무제움스인젤Museumsinsel 을 걷다


이미지




[담장너머]

무너진 장벽 사이, 과거의 시간을 거스른 무제움스인젤Museumsinsel 을 걷다



베를린의 겨울은 유난히 다른 나라의 겨울보다 춥다. 하루 종일 회색 빛 하늘에 오후 4시면 밤이 찾아오고, 날씨도 날씨지만 독일인 특유의 딱딱한 말투와 싸늘한 표정 그리고 잘못은 1도 용서치 않는 철두철미함. 쿨(cool)하다 못해 어깨를 한껏 접어 움츠리게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차가운 곳에 무엇이 끌렸는지 겨울에만 두 번이나 이곳을 찾았다. 베를린은 예술의 향기가 짙은 도시이다. 거리 곳곳 누가 보면 낙서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어느 젊은 예술가들의 거리작품들이 한 골목 건너 하나씩 보이고, 주요 관광명소마다 거리의 악사의 연주가 이어진다. 이 뿐만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오랜 시간 유지해온 다양한 테마를 가진 박물관들이 베를린에만 100여 개가 넘는다. 그 중 6,0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섬’이 베를린 중심에 있다.



글 · 사진 한아름  사진 서동학



이미지


 

고대 그리스, 비잔틴 예술품 등 기원전 3,000년 전부터 기원후 1,800년대 작품까지 마치 보물섬 같은 베를린의 ‘박물관 섬Museumsinsel’은 베를린 중심부를 흐르는 슈프레 강 가운데 슈프레 섬 북쪽에 위치해 있다. 구 박물관, 신 박물관, 구 국립 미술관, 보데 미술관, 페르가몬 박물관 이렇게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여 있어 이를 가리켜 ‘박물관 섬’이라 부르며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1828년 ‘구 박물관’ 건축 후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기획으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모습까지 한 세기에 걸쳐 완성되었다.



그리스 ·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다



베를린 박물관 섬에서도 내 발길을 가장 먼저 이끈 곳은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 Museum’이었다. 고고학 박물관 중에서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유명한 박물관으로, 박물관 섬에 있는 다른 박물관이 한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일 많은 관람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티켓 데스크에 수많은 인파를 뚫고 박물관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생생한 푸른빛의 ‘이슈타르 문’이 눈에 들어왔다. 기원전 600년경 만들어진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8개의 성문 중 하나로, ‘이슈타르 문’ 옆으로는 푸른빛과 대비되는 금빛 사자의 행렬인 ‘바빌론의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기원 전 600년경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슈타르 문’을 통해 전시실로 들어서니 시간이 흘러 기원전 2세기 로마 시대가 펼쳐졌다. 로마 시대의 걸작품이라 불리는 ‘밀레토스의 시장문’이 터키 유적지 현지에서 출토한 그대로 옮겨져 재건하여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 내부에는 밀레토스 시 모형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거대하고 융성했던 도시였는지 엿볼 수 있었다. 전시실 바닥엔 ‘오르페우스 모자이크’가 있는데 이 또한 밀레토스 상인의 집에서 그대로 뜯어온 것이다.



영원불멸을 꿈꿨던 이집트인을 만나다



로마와 바빌로니아 시대를 지나 더 옛날로 시간을 거슬러 고대 이집트 시대로 이동해 보았다. ‘신 박물관Neues Museum’에는 프로이센 왕국 시절 고고학 연구단을 이집트로 보내 발굴하고 수집해 왔는데, 파라오의 석관, 미이라, 파피루스 문서 등 이집트 유물들이 1층부터 3층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신 박물관의 대표적인 유물로는 고대 이집트 전설의 3대 미녀 중 하나인 ‘네페르티티의 흉상’이 있다. 눈동자가 없는 미완성 상태이지만 매우 섬세하고 정밀하게 조각되어 이집트 예술품 중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신 박물관’을 가득 채운 이집트 유물들을 둘러보며 영원불멸을 꿈꿨던 이집트 사람들은 몇 천 년이 흐른 뒤 자신들의 흔적들이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이미지



베를린 뮤지엄 패스베를린 뮤지엄 패스는 3일 동안 베를린 시내에 있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을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프리패스이다. 가격은 어른 기준 24유로, 학생 할인을 받게 되면 12유로. 페르가몬 박물관 1회 입장료가 어른 기준 13유로이니 박물관 섬에 있는 박물관 두 곳만 둘러보아도 본전인 셈이다.베를린 뮤지엄 패스로는 박물관 섬에 있는 박물관 뿐만 아니라 자연사 박물관, 유대인 박물관, 함부르거 현대 미술관 등 베를린 시내 곳곳에 있는 박물관 50여 개를 볼 수있다. 뮤지엄 패스는 베를린 시내 관광 안내소나 박물관 티켓 창구 어디에서든 구매 가능하다.



이미지



구 국립미술관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_Monk by the Sea



다양한 색채로 물든 작가의 감성을 찾다



이제 베를린 박물관 섬에서 가장 젊은(?) 작품들을 만나러 가보았다. 마치 외관은 그리스 신전이 연상되는 구 국립 미술관Alte National Gallerie.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부터 아돌프 멘젤, 막스 리버만 등 19세기 활동한 독일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하얀 대리석으로 꾸며진 입구를 지나면 붉은색, 하늘색, 골드색 등 작품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우아하고 꾸며진 방마다 작품들이 가득했다. 구 국립미술관에선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시대의 종교적 영향에 더불어 가족들의 잇단 죽음으로 그의 작품엔 안개나 눈, 밤의 풍경 등 우울한 색채와 명함으로 가득했다.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딛고 다시 서다



이밖에 박물관 섬 북쪽 끝 박물관 섬 입구에 위치한 ‘보데 박물관Bode Museum’은 원래 1904년 카이저 프리드리히 박물관으로 처음 개관하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었다가 재건 후 당시 박물관의 첫 큐레이터였던 빌헬름 폰 보데의 이름을 따서 1956년부터 보데 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6년 재개관한 이후 중세의 조각품과 이탈리아 고딕 양식 예술품,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유물, 비잔틴 예술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섬의 고참인 ‘구 박물관Altes Museum’은 원래 프로이센 왕실이 수집한 예술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었다. 구 박물관으로 문을 연 시기는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다시 재건한 후 부터다. 1층에서는 베를린 시에서 보유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을 상설 전시하고 2층에는 특별전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다섯 개의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 이 섬에서만 48시간의 시간을 보냈다. 사실 더 자세하게 봤었다면 48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유물들이 이곳 베를린 박물관 섬에 있다. 사실 구 국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제외하고는 ‘독일’ 땅에서 나온 유물들이 아닌, 현재도 소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단순 여행자의 시점에선 한 자리에서 고대역사를 현장감 있게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빼앗긴 나라의 입장에서, 현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도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을 보고 그냥 웃으며 지켜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기분을 가진 채 이 섬을 떠났다



이미지


 

베를린 뮤지엄 패스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박물관



유대인 박물관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과거를 반성하는 의미를 담아 유대인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독일 분단 시절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 세워져 있어서 지그재그 형태로 건축되었다.주소 Lindenstraße 9-14, 10969 Berlin운영시간 월~일요일 10:00~18:00(월요일은 22:00까지)



베를린 자연사 박물관독일 최대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브라키오사우르스’의 거대한 공룡뼈가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박물관.주소 Invalidenstraße 43, 10115 Berlin운영시간 화~금요일 09:30~18:00, 토~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처럼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오가던 기차역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이다. 현대예술의 거장인 ‘앤디 워홀’과 ‘요셉 보이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주소 Invalidenstraße 50-51, 10557 Berlin운영시간 화~일요일 11:00~18:00(목요일은 20:00까지, 월요일 휴무)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디자인의 시초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의 출발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디자인 분야에 관심 있는 자라면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주소 Klingelhöferstraße 14, 10785 Berlin운영시간 월~일요일 10:00~17:00 (화요일 휴무)



베를린 국립 회화관베를린 티어가르텐 옆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콘서트홀 등이 모여 있는 문화지구 안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13세기부터 18세기까지 독일과 그 주변국가의 회화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주소 Matthäikirchplatz, 10785 Berlin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무)




댓글달기_글자수 500자로 제한되며 욕설, 비방글 삭제됩니다.

댓글입력
  • 댓글 내용이 없습니다 ..



수원문화재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