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호 [소소한만남] 꽃이 있는 공간, 당신의 미소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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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만남]

꽃이 있는 공간, 당신의 미소를 담다



글 강일서 사진 김오늘




꽃은 여리여리하지만 그것이 움직이는 힘은 강하다. 칙칙했던 거리를 화사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내 방안을 꽃향기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 꽃을 장식하는 것만으로도 봄날의 화사함을 집 안에 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봄,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사람들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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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가꾸는 그는 사랑스런 몬스터 플로리스트 박성우


“여기 러블리 몬스터 꽃집이 어디인가요?” 무심코 꽃집 대표로만 알고 만난 박성우 씨. 커다란 덩치와 깔끔하게 빗어 넘긴 포마드 헤어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언뜻 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 했으나 꽃을 만지고 있는 그의 섬세한 손길에 좁은 생각은 금방 바뀌었다.
그는 공간장식과 정원을 만드는 업체 러블리 몬스터의 공동 대표이자 전문적으로 꽃을 꾸미는 플로리스트다. 또 게릴라 가드닝 팀 연합 비영리 단체 T.F.O.G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늘 만남을 표현한 박 대표의 작품을 기다리며, 함께 있던 총괄가드너인 박아름 씨와 대화를 나눴다. “저희가 게릴라 가드닝을 하고 있을때 지나가는 분들이 ‘예뻐요. 멋져요.’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한번은 제가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하고 나서 그 식물에 물을 주러 갔어요. 그런데 지나가시던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고맙다고, 덕분에 내 산책 시간이 더욱 즐거워졌다고.’요. 그럴 때 정말 기분 좋죠.”라며 말하는 웃는 얼굴이 그와 닮았다. 알고 보니 둘은 가족으로 아름 씨가 먼저 가드닝을 전공했다고 한다. “제가 누나 따라 강남 갔죠.”라는 성우 씨의 재치 있는 농담에 몬스터 꽃집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버려진 공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면서 행궁동 골목에 가드닝을 하게 되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이 둘 말고도 골목에 꽃을 관리하는 이웃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함께 꽃을 키우며 전보다 소통과 교류가 빈번해졌다고 한다. 식물을 매개로 이야기꽃도 함께 피어난 것이다. 이제는 골목에 넘쳐난 것이 예쁜 꽃만은 아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행궁동의 골목이 뭔가 다른 풍경으로 보인다. 가게 앞이나 빈 공터에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싱그러움을 머금고, 햇살에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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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머리에 꽃을 달고 웃어보자 꽃그림 작가 김미영


한 달 전 출산을 해서 작업실을 정리했다며 오랜만의 외출에 부끄러운 듯 상기된 두 볼이 너무나 예쁜 김미영 작가를 만났다. 2016년 행궁동 갤러리에서 전시의 인연이 있기도 한 그녀는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던 중 아름답지 않은 꽃의 내면이 자기와 닮은 거 같다고 느끼면서 꽃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김 작가의 꽃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지금껏 그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그림의 가장 인기 있는 소재 중의 하나가 되어왔던 꽃이 그녀의 캔버스에서는 조금 낯선 느낌이 든다.최근에 그녀가 작업하는 주제는 식물원에 갇힌 식물들이다. 그 안에서 인간의 쓰임에 의해 재단 당한 채 길러지는 꽃들과 선인장들을 왜곡하고 변형해 캔버스에 재현한다.
지문 같은 선이 가득한 꽃송이들은 식물이지만 움직이는 것처럼 착시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작가는 그림을 통해서 제도와 틀에 갇혀 반복되는 삶, 벗어나지 못하는 매몰된 삶에 대해 조망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녀는 꽃의 겉모습이 아니라 이면에 끊임없는 선들의 우발적인 만남과 연속을만들어 자기 내면의 안정을 찾기 위한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내 존재 조차 느낄 수 없는 지점, 無我之境(무아지경)의 세계로 들어가 스스로를 정갈히 하고 소음을 蠶食(잠식)하는 修行(수행), 그것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그 순간, 沒入(몰입)의 刹那 (찰나)를 즐기며, 이 시대를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인터뷰 내내 밝기만 그녀에게 이런 사정이 있을지는 몰랐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많이 밝아졌다고 한다. 김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이 하루만 이라도 눈치 보지 말고 머리에 꽃을 단 것처럼 하하하 웃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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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와서 또 다른 꽃이 되었다 프리저브드플라워 강사 오영순


생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간직할 수있는 방법이 있다. 천일 동안 지속되는 아름다운 꽃으로 불리는 프리저브드플라워, 아직은 생소한 이름의 색색의 꽃들이 가득한 플로라린을 찾았다. 프러저브드플라워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탈색, 염색, 보존액 처리 등의 공정을 거쳐 생화의 질감과 색감이 오래 지속되는 시들지 않는 생화이다.
이미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최근에 다양한 컬러의 안개꽃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씩 찾고 있다고 오영순 대표가 설명했다. 그녀는 프리저브드플라워를 이용해 다양한 DIY를 하고 있는 작가이자 강사로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다가 올해 1월에 새롭게 공방을 오픈했다. 우연찮게 친구가 일본에서 먼저 프리저브드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지켜만 보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5년전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한지는 4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생화가 1주일이라는 짧은 수명을가지고 있는 반면, 프리저브드플라워는 생화와 같은 색감과 질감으로 2~3년의 보존이 가능하다. 또한 특별한 날을 오랫동안 기념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 할 수 있고 작품 제작과 관리의 한계성이 적은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 대표는 “2~3년 넘으면 대중화가 될 것 같다. 작가에 따라서 나만의 컬러를 어떻게 뽑아내느냐에 따라 나중에는 경쟁력을 갖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오 대표는 가깝게는 보존화 강사들과 같이 프리저브드를 이용한 작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멀게는 연합해서 아카데미를 운영해 좀 더 대중화 시키고 싶다고 한다. 프리저브드플라워의 오랜 지속 시간처럼 아이디어를 얻고 서로 도와주며 성장하면 좋겠다는 오 대표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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