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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인물포커스] 프로젝트 그룹 ‘번지’를 찾아서
2015 빈집기담_ 유유자족
프로젝트 그룹 ‘번지’를 찾아서
글 고병선 시민문화팀 사진 박김형준
상강도 지나고 입동을 코앞에 둔 계절의 막바지.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에 여념 없는 ‘프로젝트 그룹 번지’(이하 번지)를 찾았다. <번지>는 수원문화재단의 기획사업 ‘인큐베이팅 및 기획활동’에 선정된 문화기획자들의 모임이다. 이들이 기획한 ‘청년+기담(奇談) 프로젝트’는 이제 4개월의 긴 대장정을 마치고 자료집 발간 등 마무리 작업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시에 새로운 교육연구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답게<번지>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번지>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장 중심의 예술 활동에 대한 연구등 다양한 가치지향을 실험하고 연구하고자 2012년 소모임에서 시작하여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번지>가 내건 주요 연구와 기획테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와 일상의 삶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은 어떻게 가능한가’이다.
<번지> 소속 작가들은 각자의 다른 작업 활동에 근간이 되는 동시대 예술의 비평 읽기와 작가 연구를 통해 개인의 작가적 역량을 향상하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에 실재로 실행될 수 있는 예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문화예술의 주체로 성장할 청소년 대상의 문화예술교육활동을 함께 병행,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수원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그룹 <번지>. 2015년에는 ‘행궁동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를 통해 개인의 역사와 관계의 역사를 만들고, 지역과 참여자들 사이에서 관계 맺기와 그로 인한 유대의 확장을 통해서 우리시대가 안고 있는 과제인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에 대한 성찰과 대안적 삶을 고민했다. 또 ‘행궁동 플레이 키드(Play Kit)’를 진행하여 참여자 스스로 자기 기준을 통해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는 개별자로서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측량’이라는 방법으로 접근하여, 개개인들 스스로 사회 안에서 개별자로서 존중받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였다. <번지>는 시대의 화두인 ‘청년문제’에 대해 돌아보는 프로젝트도 시도했다.
“예술은 사회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번지>가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인 ‘청년 인큐베이팅 및 기획활동 로드트립 사업’에 지원하게 된 동기로 이러한 예술철학을 실천해보고 싶어서이다.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야기 되고 있다. 이에 <번지> 내부에서 까지 이러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결국 <번지>는 “청년세대란 사회 안에서 어떤 존재인가?”,“왜 청년세대는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는가?”, “청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청년세대에 대한 지원 정책들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등 같은 이야기들에 대해 청년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 하는 것부터 출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참여를결정했다.
‘청년’에 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번지>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청년’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청년에 대한 정의는 다양했고, 정부나 지자체들의 정책들에서 정하고 있는 <번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도 청년에 대한 연령에 따른 규정만으로는 청년세대에 대한 공감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고담활보 1강을 강의하신 고영직 문화평론가가 작년 UN에서 발표한 ‘평생 연령5단계’를 통해 정한 청년의 범위는 18세에서 65세까지임을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실없는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청년세대가 다른 세대들과 구분되어 분리되거나 고립된 세대로 대상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대를 묶어줄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청년세대가 처한 현실을 특정 연령에 국한된 상황으로 바라보거나 자신과 무관한 일로 바라보는 태도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처한 상황들에 대한 올바른 담론을 나누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좌측부터 2015 문화예술교육_ 행궁동플레이그라운드 / 지역아동센터 교육프로그램
<번지>의 ‘청년+기담(奇談)’은 2015년 진행한 ‘빈집+기담(奇談)’의 연장선에 있는 사업으로 ‘빈집+기담(奇談)’은 작년에 행궁동의 빈집과 같은 유휴공간의 의미와 풍경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자 했으며, 예술의 사회적 개입에 대한 논의를 통해 예술가적 상상력이 어떻게 지역과 만날 수 있은 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 이번 사업 중 ‘청년+기담(奇談)’에서는 신자유쥬의가 만들어낸 무한 경쟁 구조와 그것이 낳은 ‘쓸모’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고자 하였다.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번지>는 청년, 그들의 ‘쓸모’를 높이데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쓸모’를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문제의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의 본래 힘과 가치는 최대한의 ‘쓸모’를 창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도구화하여 대상화하는 태도에 지양하는 데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지점이 문화예술과 청년을 잇는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기담’은 청년세대가 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포럼(고담활보, 高談闊步 : ‘고고하게 담화하고 의논하며 활보함’을 의미하는 ‘고담활보’는 행궁동의 곳곳을 산보하듯 걸으며 도시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난장 형식의 포럼)을 도심 속에서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이 한 축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경제・환경・사회・역사라는 네 가지 요소들이 문화의 틀 속에서 치우침 없이 고루 이야기하고, 나아가 문화예술의 여러 가능성들을 지역 내 청년세대와 함께 모색하고 시도(유유자족, 喩踰自足 : 속세에 속박됨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의미함이 아니라, 깨우치고(喩) 넘어서(踰) 스스로 발걸음(足)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다른 한 축을이룹니다.
프로젝트 그룹 <번지>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번 프로젝트 중 고영직 문화평론가가 말한 ‘곁을 내어준다’를 이야기를 하였다.
“가까이는 내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여 나와 비슷한 혹은 다른 생각을 지닌, 그리고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사람들과 때로는 흥겹게 또 때로는 치열하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좌측부터 2012 문화예술교육_ 국경없는마을 RPG / ‘프로젝트 그룹 번지’의 주희란(좌), 윤영욱(우)
예술은 삶의 현실적 토대와 무관한 피상적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번지>만의 생각이 느껴졌다. <번지>는 끝으로 파스칼 샤보의 <논 피니토>를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자신의 공모자를 찾기로 결심한 사람은 단순한 지식인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살아있음에 대한 자각과 자신의 몸과 맺는 관계 속에서 사유가 삶에 복무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배운다. 그는 단지 철학만을 하려는 게 아니라 살고자 한다. 살기 위해 철학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철학적 우정이 개입하는 지점이다.”
쌀쌀한 날씨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번지>는 지식과 사유와 철학을, 예술로 번역하는 작업을 뜨겁게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 수원에도 이런 청년들과 프로젝트 그룹이 열정으로 살아있었다.
‘프로젝트 그룹 번지’ 주요활동
[교육]
2016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운영사업_우리동네 놀이터; 현대미술, 일상으로의 초대_수원문화재단 공동주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2016 지역특성화지원사업_ 우리동네 놀이터;행궁동 PLAY KIT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015 문화예술프로그램_두드림 환경놀이터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2015 문화예술프로그램_ 어른들의 놀이(협력) (시흥ABC학습타운)
2015 지역특성화지원사업_ 우리동네 놀이터; 행궁동 PLAYGROUND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014 꿈다락토요문화학교_ ART RLAY 아카데미(협력) (화성시문화재단)
2014 찾아가는문화예술교육_ 하루검색(공동주관) (수원문화재단)
2014 지역특성화_ 얼렁뚱땅 생태도감(협력)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014 [3R ART+] 생활의 재발견 전시연계 문화예술 교육 (수원시)
2012 꿈다락토요문화학교_국경없는마을 RPG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시]
2016 청년인큐베이팅 기획_ 청년+기담(奇談) (수원문화재단)
2015 지역밀착기획_ 빈집+기담(奇談) (수원문화재단)
2015 인천탁주 그 히스토리 역사관 설치, 기획 및 진행(인천탁주)
2014 [3R ART+] 생활의 재발견; 다르게 생각하기(수원시)
[조사연구]
2014 문화이모작 지식실행공동체 연구모임 운영 (인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