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호 [공방탐방] 겨울에 어울리는 가죽냄새 한번 느껴보실래요?
홀씨공방의 작가 김효진님
겨울에 어울리는 가죽냄새 한번 느껴보실래요?
글 김영은 화성공연팀 사진 박김형준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비가 멈추길 기다려 화성행궁 화령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공방 한 곳을 찾아갔다.
습기 가득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공방은 어떤 곳일까?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어떤 느낌일까?
끊임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의 이름은 홀씨공방.
유리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많은 가죽제품들이 보였고, 공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죽냄새가 가득한 작업실에서 한창 단체 주문받은 가죽벨트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김효진 작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곱고 깨끗한 손을 가진 김효진 작가님과의 기분 좋은 일문일답.
왼쪽부터 홀씨공방의 상품들 / 가죽공예
재단 : 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작가 :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뭘 만드는 걸 좋아 했어요. 손을 안쓰면 심심해할 정도로.
미술시간에 만든 걸 집에 와서 또 만들어보고. 그러다 스무 살 때부터인가, 동네에 문화센터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거길 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우게 되었죠. 원래는 제가 심한 알러지성 비염이 있어서 천연비누나 화장품을 만들었었어요.
알러지에 좋을 거 같아서. 그리고 계속 이것저것 공예를 해보는데 너무 힘든 거에요. 이 알러지 때문에.
재단 : 아 그래서 오늘도 마스크를 끼고 계시나봐요. 환절기라 더 심하죠?
작가 : 네, 맞아요.
아무튼 계속 배우는 건 이것저것 배웠어요. 가죽공예는 지금 한 5년 정도 되었거든요? 천이나 나무가 안 맞아서. 가죽은 천연소재 잖아요. 천이랑 다르더라고요. 천과 나무는 먼지 때문에 재채기가 많이 나더라고요. 가죽공예도 본드나 염료 때문에 알러지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중 제일 나아요. 아무튼 처음 공방은 수제 화장품 쪽으로냈고, 일상생활 제품도 함께 만들긴 했지만 재미가 없었어요. 모양도 예쁘고 실용적이기도 했지만 공예다운 재미는못 찾겠더라고요. 그렇게 가죽제품을 많이 만들다가 가죽공예에 완전 빠지게 되었지요.
재단 :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건 행복한 일 같아요.
복 받으신거예요.
작가 : 물론이죠.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공예가가 꿈이었는데 꿈을 이뤘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행복한 일이죠.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일을 한 적도있지만 항상 퇴근 후 에는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꾸준히, 그리고 손에서 놓지 않고.
재단 : 그럼 그렇게 만드신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요?
작가 : 여행 가려고 만든 백팩이 하나 있었는데. 제가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예요. 가방 하나 하려면 보통 수작업으로 제단부터 염색하고 바느질까지 2~3일 걸리거든요? 근데 여행을 문득 가고 싶은데, 내가 만든 가죽가방을 너무 메고 가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가방을 24시간 밤을 꼬박새워 만든 적이 있어요.
씻지도 않고, 아침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그래서 그 가방을 메고 여행을 잘 다녀왔죠.
재단 : 가방 만드시는 솜씨가 정말 뛰어나시네요. 그럼 이런 가방은 가격이 얼마 정도 일까요?
작가 : 천연가죽이라 너무 이쁘죠? 이런 가방을 만드려면 20~25만 정도 들어요.
재단 : 소중한 사람의 생일선물이나 갓 취업한 사람한테 이런 가방을 선물해주면 너무 기억에 남을 듯해요.
작가 : 맞아요. 특히나 직접 만들어준다면 더욱 기억에 남겠죠.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소중한 사람 에게는 해줄만한 가치가 있죠.
재단 : 신이 버린 손재주를 가진 저에겐 정말 어려운 일일 거 같은데….
그래도 도전은 해보고 싶네요. 저도. (웃음) 그럼 배우신 여러 장르 중 가장 자신 있는 공예 장르는 뭔가요?
작가 : 가죽공예가 제일 자신 있어요. 제가 특히 디자인이랑 염색을 좀 잘하는 거 같아요. 저는 모방하는 걸 좀 싫어하는 편이라서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디자인 작업을 해요.
요즘 시중에 돌아다니는 패턴이 많아요. 실제로 재료상에서 판매하는 패턴들을 사다가 그냥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전 그런 게 싫고, 독창적으로 하고 싶어서 염색도 저만의 빈티지한 기법을 많이 써요. 대부분은 기성품처럼 흉내를 많이내려고 하는데 저는 거기서 탈피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기성품과는 완전 차별화를 두고 싶어요. 특히 집시풍이나 히피풍, 빈티지한 디자인은 제일 자신도 있고 이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남들은 흉내 내기 좀 힘든 (웃음) 염색 스타일은 남다르다고 많이들 해요. 그리고 가죽공예를 할 때 수작업 바느질도 되게 중요한데, 꼼꼼하게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어요.
홀씨공방 쇼룸
재단 : 행궁길에 자리를 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작가 : 수원에 산지 오래됐고 부모님이 지금 신풍동에 사세요. 그래서 자주 왔다갔다 왕래하다가 행궁이 있는 이 동네가 예쁜 것은 물론이고 발전 가능성과 재미까지 더할 수 있겠다 싶어서 자리 잡게 되었죠.
재단 : 행궁동에 공방이 많은데 홀씨공방의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작가 : 명함케이스, 핸드폰케이스, 지갑, 필통 등 가죽 제품을 만드는 클래스가 많이 있어요. 재밌어요. 누구든 쉽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 공방이 특이한 게 가죽팔찌 만들러 연인들이 많이 와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 되니까요.
커플들이 선물로도 많이 주고받고,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재단 : 애인이 바뀌어서 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모른 척 해주셔야 할 거 같아요.(웃음)
작가 : 실제로도 그러신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모른 척 해드렸어요. (웃음)
재단 : 공예나 클래스도 보면 그때그때 약간 유행을 타는 거 같아요.
작가 : 네 맞아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어요. 스무 개 정도 공예 했구요. 자격증이 열 두 개 정도되요. 투자를 많이 한거죠. 그런데 가죽공예 같은 경우엔 유행을 타지 않고 뭔가 오래가는 느낌. 변하지 않는 느낌.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있는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재단 : 간판을 보자마자 홀씨공방의 뜻이 궁금해졌어요. 민들레인가요?
작가 : 민들레 홀씨 맞아요. 널리 퍼지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혼자 살아서 홀씨라고 했냐며…(웃음) 널리널리 소문이 퍼져 많이들 찾는 공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재단 :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하고 싶으세요?
작가 : 만들고 싶은 건 거의 다 작업 했지만, 가방 종류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다양한 가방들을 더 만들고 싶어요. 제가 원래 가방을 좋아해요.
재단 : 그렇죠, 백은 모든 여자들의 로망 아니겠습니까?
작가 : 그런가요? (웃음) 아무튼 이런저런 가방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서 누가 봐도 홀씨공방 작품이라는 걸 알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 집 독특하네”, “이 공방만의 무엇이 있어”, “홀씨 작품인 거 같아”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말이 제일 듣고 싶어요.
재단 : 가죽공예가 다른 공예에 비해 좀 힘들다 하는 점이 있나요?
작가 : 지금은 작품보다는 상품을 위주로 제작하고 있지만 작품전시회도 몇 차례 했는데,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닌 거같아요. 가죽을 재단 :하고, 자르고 두드리고, 그래서 요즘엔 예전보다 어깨 관절이 안 좋아졌어요. 언젠가는 힘이 부칠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앞으로의 고민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재단 : 그럼 가죽공예를 시작한 걸 후회하신 적은 없는지요?
작가 :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앞으로도 놓고 싶지 않고요.
제자도 많이 가르쳐 봤는데 자꾸 주변에 가게를 차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제자는 더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농담이고요. 공예는 어디서 누구한테 배우던 간에 얼마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고요. 사실 가죽공예가 전통이 오래된 공예는 아니라 개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특색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많이 배워 가셔서 가까이에 가게 많이 차려도 돼요. (웃음)
재단 :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작가 : 가죽이 주는 고유의 느낌이 있어요. 빈티지하고 따뜻한 느낌. 겨울에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또 천연 가죽은 고급스럽죠. 정성이 가득 들어간 가죽소품으로 좋은 선물을 하는 것은 물론 소장용으로도 좋아요. 감동은 배가 될 거에요.
가죽다이어리 같은 것도 너무 좋죠. 가죽에 관심이 있거나 공예를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홀씨공방을 찾아주세요. 다양한 클래스로 쉽게 가르쳐드릴게요.(웃음)
작지만 힘이 느껴지는 공방에서 따뜻하고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홀씨공방이 김효진 작가의 말대로 특색 있는 아이덴티티로 널리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홀씨공방이 되길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