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문화읽기] 달라진 환경, 지역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은?

[문화읽기] 수원시립미술관 건립에 부쳐

달라진 환경,지역미술관의 새로운 역할은?



글 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



수원에 시립미술관이 건립 중에 있고, 준공을 6개월 정도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아마 십년 전쯤이었을까. 필자는 수원에 문화예술공간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의제 속에서 열렸던 세미나에 참가한 기억이 있고, 당시 예술인들의 뜨거웠던 염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문을 열 수원시립미술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또 앞으로 수원시립미술관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도 매우 궁금하고, 필자로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아 일말의 기대감도 없지 않음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10년 전에 미술관을 염원하던 시절과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마치 기무사를 대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논의가 시작되어 문을 열기까지 그 역시도 10년 남짓한 세월을 보냈지만, 논의되는 세월 동안 많은 변화가 온 것을 생각하면 수긍이 갈 것이다.

현재 기무사 주변의 환경은 소격동이라는 지역적 맥락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상업화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자리에서 국립의 위상에 걸맞는 위엄을 보여주는 격이다. 게다가 중국 관광객 등 우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수많은 집객 현상으로 인해 미술관의 존재감이 어느 시절보다도 강하게 부각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지역성과 관련하여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집객 효과가 커지면서 미술관의 역할이나 관객 접근이 수월해짐과 동시에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수원을 생각하면 먼저 지역미술관으로서의 맥락이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지역문화진흥법’이 제정되고 2014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각 지역마다 조례를 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조례를 만들면서 지역별 문화 진흥의 구도를 고민하여 담아내야 하는 요구에 있음을 강조할 수 있겠다. 따라서 지역미술관의 역할도 한편으로는 지역미술의 진흥을 목표로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현대미술 향유와 미술관 접근권을 수월하게 한다는 목표가 동시에 주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수원시립미술관이 고민해야 할 사항은 무엇보다도 지역미술의 자원과 지역미술의 성격을 파악하면서 어떻게 지역적 맥락을 경쟁 요소로 살려내느냐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2011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국내 미술관은 국공립 39개, 사립110개, 대학 5개로 총 154개소로 조사된다. 최근 공립미술관은 도립·시립뿐만 아니라 양구군립과 박수근미술관과 같은 군립 단위의 미술관도 확산되고 있으며, 지역별 미술관 문화 확산에 대한 정책적 지원 또한 강화되고 있다. 현재 수원 외에도 울산시립미술관, 인천시립미술관, 부산 제2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의 시립미술관 건립이 진행되고 있어 본격적인 지역 미술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라도 중요한 것은 지역별 미술관들이 각기 차별화 및 특성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점이라 하겠다. 차별화란 사실 지역 고유의 맥락을 현재와 미래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해 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지역의 미술을 백화점 식으로 모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미술의 역사와 미학에 대해 통찰하고 이를 현대미술의 주요 담론으로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주어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청주시립미술관의 경우, 미술관 건물 자체가 구 KBS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과 직지심경이 발견된 지역적 역사성을 고려하여 미디어 아트와 연관된 폭넓은 작업을 고유한 성격으로 고려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접근도 참조할 만하겠다.

물론 수원이라는 지리적 특수성도 고려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원 중앙과의 근접성 혹은 그로 인한 한계 등을 분석하게 되면, 수원을 중심으로 한 미술 인구의 이동과 교차 등의 여러 여건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수원시립미술관의 차별화 구도 속에서 수원 지역의 미술 인구를 규합함과 동시에 전국 단위의 미술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 요소를 개발할 수 있으리라 본다. 실제로 지역미술관이라고 할 때의 ‘지역’이라는 형용사(명사가 아니라)는 지역적 가치를 중심에 놓고, 전국 단위 혹은 국제 단위의 가치를 불러오는 플랫폼의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역 개념은 이미 이러한 교차와 교류, 이동의 거점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관의 경쟁력은 곧 소장품에서 주어진다는 조건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사실은 불변의 법칙이기도 한데, 해외 유수 미술관의 유명도와 인지도란 바로 소장품의 예술적 수월성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구겐하임의 소장품 분산 정책에 따른 분관 건립이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하지만 수원의 경우 소장품에 대한 뚜렷한 방향 없이 개관을 맞이하는 상황인 듯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수원시립미술관의 성격을 확정한 후, 현대미술에 대한 담론을 기반으로 천천히 소장품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술관 등록이나 성급한 소장품 확보에 대한 행정적 요구에 끌려가기 보다는, 미술관 성격과 맞고 예술적 질을 담보하는 작품으로 소장품 수집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달라진 환경을 고려할 때, 미술관의 관람객에 대한 관계 설정과 개념의 변화가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관람객에 대한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해 박물관·미술관학이나 지역성에 대한 이해, 시민들과의 관계를 연구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가능한 한 주민의 욕구와 희망을 통합하며, 더 많은 지역 관람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해외 유수의 미술관은 마케팅 부서의 업무 자체를 SNS 활동과 관련한 것으로 전면 개편한지도 오래된다. 그것은 곧 관람객에 대한 소통 방식을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설정하고 동시에 SNS를 통한 바이럴(viral)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관람객은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미술관 활동을 평가하고 그것의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전파함으로써 능동적 의미 생산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람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곧 미술관이 ‘누구 것인가’에 대한 의식과 관련한 것이어서, 이를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개 지역미술관이 갖는 사회적 영향 및 효과에서 가장 중시되는 부분은, 미술관이 우리 지역에 있어 갖게 되는 ‘지역 주민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현대미술 자체의 난해함으로 인해 일정하게 관람객 개발에 제한적이고, 또 일반적으로 지역 주민이 자신의 삶의 양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적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참여형 미술관’(participatory musuem)이라는 관점에서 관람객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이와 관련하여 현재 수원시립미술관에 부여된 기업 후원에 대한 입장도 모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 후원은 미술관의 미션과 비전을 훼손하지 않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재 ‘아이파크 미술관’으로 명칭이 부가된 것에 대해서는 기업의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낼 것인지, 후방에 배치하면서 브랜드를 가질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다. 사실상 중요한 것은 아이파크라는 기업의 브랜드를 드러내는 데 있지 않고, 정작 수원시립미술관이 경쟁력 있는 미술관으로서 훌륭하게 운영이 잘 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자체적인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하게 되면 기업의 브랜드로 자연스럽게 상승기류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제는 이 모든 것을 구상하고 조절하며 실현해 가는 ‘사람’이다. 궁극적으로 수원시립미술관의 경쟁력은 곧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관장의 경우 전문성과 공공성, 그리고 공정함을 겸비한 디렉터십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조점을 두고자 한다. 지역미술관이 점차로 확산되는 가운데, 어쩌면 앞으로의 미술관 경쟁은 관장의 디렉터십으로 가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정책과 박물관미술관경영과 관련한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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